<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에 대해서



예전 모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헤어지자.... 사랑하기 때문이야."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여자가 집에 가서 인형을 끌어안고 막 울었는데,
나도 울었다.

내가 운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더군다나 삼류 빤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를 이해할 수 없다니 속이 상했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 이것은 완전한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주어와 목적어가 빠져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략된 부분을 찾아 완전한 문장으로 만들 경우 이해가 된다.





<1> 목적어가 생략된 경우

다른 여자를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너보다 나를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헤어지자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헤어지자 너보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2> 주어가 생략된 경우

너가 나를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그녀가 나를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헤어지자 너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헤어지자 그녀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3> 뒤따라 오는 문장이 생략된 경우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좋은 말 해줬으니까 헤어져 달란 말이다.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 이랬는데 설마 복수하진 않겠지.

헤어지자... 사랑하기 때문이야. 제발 대충 믿고 헤어져주라.
헤어지자... 사랑하기 때문이야. 이쯤이면 좋은 추억으로 나를 기억하겠지.



<4> 문제 인식을 잘못한 경우

남자가 조직폭력배에 쫓기는 상황이라서 여자 또한 위험해 진다는 생각으로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라고 말했을 경우 잘못.
- "위험하니까 헤어져야해."가 옳음.


남자의 집안에서 여자를 싫어해서 헤치려고 하는 것을 알았을 때(혹은 그 반대일때)
"헤어지자... 사랑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했을 경우 잘못.
- "헤어지자...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야."가 옳음.


여자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부잣집 아들)가 자신보다 훨씬 여자를 잘 살게 해줄 것 같을 때
"사랑하니까 헤어져야해"라고 말했을 경우 잘못.
- "가난하니까 헤어져야해"가 옳음.
또는
- "헤어지자. 다른 남자(부잣집 아들)에게 컴플랙스를 느끼기 때문이야."가 옳음.




<5> 의도된 혼란

드라마 작가와 PD가 상의한 뒤에 마련된 궁핍한 대사로서
멍하니 끄덕거리는 시청자들이 잘 쇠뇌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실행하는 대사.

방송에서 아무리 터무니 없는 것을 떠들어도
"방송이니까, 작가니까, 유명인이니까... 뭔가 있겠지"라는
가상의 만족을 허락할 것을 추궁하는 메시지.

만약 잘 안통할 경우, 여기저기 다른 드라마에서 동일한 대사를 써먹거나
연예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을 등장시켜서 자신의 경험담인양 애써 설명시키는 그런 것.

예1) "너무 사랑하면 헤어지게 된대. 그러니까 조금만 사랑하자."
예2)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소설들 많잖아요. 제 친구 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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