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밥

 

 

 

어머니 밥 잡수신다

시래기국에 찬밥덩이 던져

넣어 후룩후룩 얼른 얼른

젖은 행주처럼 조그맣게 쭈그리고 앉아

 

목 퀭한 환자복의 아들이 남긴

식은 밥 다아 잡수신다

 

어머니 마른 가슴으로 먼 하늘 보신다

삭풍에 거슬러 살 날리던,

유리의 땅은 바닷바람 같은 먼 나라

내 목숨 같은 먼 나라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한 계절을 씻어내리는 비

 

두만강 물소리에 밥 말아

어머니 이른 아침밥 드신다

붉은 흙 퍽퍽 가슴에 채우신다

 

 

 

 

 

! 밥의 힘은 놀랍다. 기형도는 빈집에서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라고 말한다.

"젖은 행주처럼 조그맣게 쭈그리고 앉아" "두만강 물소리에 밥 말아" 드신다니 참.

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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