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의 한 수 한 수에는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명백한 것이라면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마쓰오카 케스케 <최면> 중.
내가 책에서 손을 떼내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현실 속에서 아무도 내게
위에서처럼 말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싸움을 포기하고
장농 문짝을 열고 그속으로 숨어버린다.
나는 늘 스파이처럼 책을 읽으며
그들의 대화를 염탐한다.
그러다가 위에서처럼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
책장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대면서
이것이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인 양 안도한다.
시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틈에 서면
"시는 좀 되세요?"
"시를 알게 되는 순간까지 제 삶을 바쳐야죠."
"마음이 고우시네요."
"내공이 느껴집니다."
이런 말들이 들리는데, 때로는 구역질이 난다.
'억지고고새'를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