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본인을 찍은 사진은

전부 날조된 사진이라고 생각해.

 

어머니 사진을 찍으려고 빌린 카메라였어.

후지 화인픽스 기종이었는데 아주 꼬졌더라고.

 

다행히 어머니는 평생에

한 번도 자신이 자신을 사진 찍은 적이 없어.

 

사실은,

자신이 자신에게 좋은 걸 먹이거나 입힌 적도 없었던 것 같아.

 

미친 게 아닐까.

 

내가 나를 찍어낸다는 건 말야 하면 할수록

기이한 일인 것 같아.

 

생각보다 멋지게 나오면, 나를 실제보다 멋지게 알게 될까봐 겁나.

일부러 흉한 표정으로 찍으면, 실제보다 못나게 알게 될까봐 겁나.

 

거울에 비춰보지 말고, 사람에게 비춰보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을 말야

 

사진도 남이 찍어줘야 해. 정말 그래.

이 거울 밑에 방바닥이 말야 엄청 지저분해 지금.

먼지가 막 뭉쳐있거든.

 

내가 더러운 사람인 줄 알까봐 방바닥이 찍힌 사진은 지워버렸어.

당신이 보고 있는건 말야, 날조되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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