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나 수묵화를 그릴 때 '농담'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나.

유머나 죠크, 개그라는 말도 좋아하지만

어떤 때는 농담이라는 말이, 물에 갈린 먹 냄새가 나서 좋아.

뜻은 농을 거는 얘기라는 거겠지만, 그 뒤켠에 슥슥 갈리는 먹 이미지가 따라온다니깐.

어쩔 수 없다고.

 

어제 다 읽었어. <콜레라 시대의 사랑>.

두 권으로 나눠져 있는데(민음사), 다 읽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렸으니까

무지 지루했던것 같아.

 

그런데 꼭 이렇게 지루한 것들이 잔상이 이것저것 많이 남더라니까.

그래서 지루해도 안읽을 수가 없어.

거기 나오는 농담 중에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아요. 하지만 무섭기는 해요."

라는 말이 있어.

 

웃기지.

그리고 날카로와서 쓰라려.

 

괴로운 시대에 희극이 발달하고 평온한 시기에 비극이 발달한다지.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 그나마 평온이 찾아오니까

엄청난 비극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아.

 

내 얘기는 도무지 견줄수도 없다니까.

 

그래서 나는 농담을 해야겠어.

이런 건 어때?

 

어제 읽은 신문에 보니까 적정 남한 인구가 4천 9백만명이라고 하더군.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어.

 

"그럼 아직도 4천 9백만명이나 죽어가겠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죽어가면서 아쉬움을 남기지.

내가 죽는다면 나의 아쉬움은

 

"저 4천 9백만명이 전부 죽는 걸 못보고 죽는 걸 거야."

 

하나님, 우리는 말야, 죽기 위해 태어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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