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이 어항
이끼 낀 갈빗대 사이로 쏘다니는 피라미들
뱃속 깊이
그래보았자 수심 얕고 아픔도 무르지만
하얗게 씻긴 돌맹이 몇 개 들여다 보인다
떠오르는 물방울 따먹으며
씨앗보다도 작은 피라미들 꿰르르~
빨다 놓쳐버린
청바지며 양말이며 립스틱이며 빨간 운동화가
복숭아 같은 바위 사이 가라앉아
해초처럼 자라고 줄고 자라고 준다
언젠가 건져
맨꼭대기 설악산 선비바위 같은
뜨끈뜨끈한 이마에 널어놓았더니
가만히 말라 죽었다
너는
어둡다, 누구에게나
지하실에 마르지 않는 빨래가 있다는데*
그곳에 있는가 보다
나는
몸속이 물속이다
말라죽은 네 집 지하, 형광등 불빛 맞으며 가만히 뽀글거리는
네가 빠져나간 어항이다
* 블로그 친구 <초록비>님이 쓴 글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