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상은은 모를 거다.
별로 알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한채영이나 이지현을 좋아하는데,
이들의 경우 내가 그들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예 내가 이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아도 좋겠다.
그런데 이상은의 경우,
이상은이 차라리 나라는 휴먼을 모르는 채 살기를 바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은의 싸인을 다섯 개나 가지고 있다.
티셔츠에 두 개, 씨디에 세 개.
아~ 얼마나 떨리던지.
이상은의 매니저도 좋아한다, 나는.
단발머리에 마르고 키가 165 정도 되는 여성이다.
첫 느낌은,
대학로에서 태어나 대학로에서 자란 대학생. 을 보는 느낌이었다.
팬까페로는 유일하게 이상은 까페를 들었었는데
지금은 탈퇴했다.
그때 그 까페에 소설가를 지망하는 후배에게 부탁해서
나와 이상은의 러브스토리를 연재하기도 했다.
연재가 끝나기 전에 내가 탈퇴를 했는데
그 후에도 후배는 계속 써서 나와 이상은의 러브스토리를 매우
불행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좋아한다.
그 엉터리 소설의 제목은
이상은 11집 앨범 첫곡의 제목이다.
그 내용인 즉슨,
캘리포니아에서 화장터를 운영하는 나와 상은이가
다양한 죽음의 형태를 함께 겪으며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는
보편적인 내용이었는데, 중간 이후로는 나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왜 이상은을 좋아하는가, 하면
내 삶에서 그만큼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나를 감동시켰던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1학년 때는 스승의 날에
'신해철'에게 편지를 써서 교양작문 선생님의 감탄을 일으키고
그 교수님의 애제자로서 위명을 떨치기도 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신해철'에게 관심이 없다.
그의 전성기가 지난 것도 분명하고
DJ로서의 중용성도 성에 차지 않는다.
2004년에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대한민국 작곡가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과소평가되는 뮤지션 2위로 이상은이 선정되었을 때
혼자서 박수를 치고
중앙일보를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이상은은 내가 뽑은 국내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이다.
11집 <신비체험> 중에서 한 곡 옮겨본다.
VALKYRIE
이상은 작사.곡
햇빛에 눈물이 마르니까 아이처럼 어제 운건 비밀로 해줘 짐을 꾸리듯 마음을 안고 걸어야 해 어딘가로 모든 건 변해 가 겁내지 말고 달려가 보는 거야 녹슨 검과 지친 태양 답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맸어 두려움의 날개는 잊어버려 허공을 부유하는 빛을 찾는 눈 하지만 겁내지 말고 걸어가 보는 거야 사랑만이 배워야 할 모든 것 그것 만이 가장 어려운 거였어 산을 오르고 꿈을 향해 날았지 바다를 넘어 폭풍 속에서 별을 향해 검은 사막을 지나 불의 용을 향해 폐허를 넘어 푸르른 강가를 향해 그 누구라도 안아주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부서져버리는 것을
그 누구라도 안아주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부서져버리는 것을
- 이 부분을 들으면 정말로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 부서지지 말라고 안아주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음악화일을 올리는 방법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