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편지

 

 

 

핵폭발에는 별의 비밀이 숨어있어서 태양의 1,000 배로 빛나고 다 태워버린단다

 

어머니 가슴 속에도 핵폭발이 일어나서

캄캄한 뇌 속까지 하찮고 감격스런 속도로

암세포가 터지고 산 것들을 태워 간단다

 

별은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빛난단다

어떻게 알았냐고?

 

밤공기처럼 잠든 어머니 옆에서

쳇 레이모라는 천문학자가 쓴 <아름다운 밤하늘>이라는 과학책을

수소처럼 차갑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꺼져가는 우주 옆에서 이제 막 타오르는

저 뿐이 모르는 젊은 우주는

자기 고향이 사그라지는 줄도 모르고

깨지 마라-

책 좀 읽게 깨지 마라-

그러고 있단다

 

일전에 보낸 편지 기억하니?

생리통에 밥 맛 잃은 네가

초코렛 먹고 싶다 해서 사다 주었지

(어머니는 발렌타인 초코렛을 한 조각도 못 받아 봤을 걸)

 

그러고는 편지를 써서

내 마음도 먹어 줘

맛있게 먹다 남겨줘

건네 주었지

 

어머니 발광하다 잠든 틈,

이제 겨우 보이는 나의 우주 속에서

내 통증이 태워보내는 빛과 연기가

얼마나 불량한지 이제 알겠다

 

내 마음에는 항상 어른들이 하지 말라던

어머니가 하지 말라던

의심, 방황, 거부, 구토, 억울함, TV시청,

지겨움,

떠돌다 지침, 외로움, 만화책, 혼전 섹스가 섞여 있어서

 

내성 없는 아이가 먹다가는 배탈이 난단다

허기 지고 궁핍한 날 강가에 숨어

삶아 먹는 중소식품 라면처럼

먹어다글-

삼켜버글-

데워모글-

그을린 돌바위 옆에서 끓고 있다만

 

불량식품이다, 내 마음은

자기 뿐이 생각 않는, 삶에 지친 불법 공장주처럼

너를 꼬실래, 철컹

너를 꼬실래, 철컹

너를 꼬실래, 철컹

 

밤마다 까매지는 손톱과 얼굴

흑흑 울다가 아침이면

타오르는 태양에 손을 말리고

그래도

 

불량한 맛이 나는 차갑고 작은 우주를

황소자리 당신이 뜯어 먹는다면

라듐 묻은 풀이 쌓여

깊고 진한 방사능 백혈병에 걸려

너는 죽는다

너는 죽는다

 

어머니처럼     너가 죽는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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