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서울에 와서 지하철 빈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것은 곧 길들여짐이라 생각했다. 내 고향은 서울이지만 올초 다시 서울로 오기까지 8년 간을 서울에서 살지 않았다. 아침 전철, 사람들이 피로에 지쳐 다리는 데친 시금치처럼 흐느적거리며 빈 좌석을 찾는 모습이 마음에 눌러 앉았다.

 

무엇 보다도! 탐욕스럽게 빈자리를 염탐, 사냥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다 늙은이들- 노약자건, 일상의 피곤이건 무얼 갖다 붙여도, 사람을 밀쳐내며 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가는 그 모습의 제목은 '탐욕'이다.

 

그런데 언제였을까. 내가 자연스레 빈 자리에 앉기 시작한 것이.

그게 언제였을까. 최초로, 몇 가지의 이유를 갖다 붙이며 서울피로에 싸여 냄새나는 파스처럼

자리에 늘러붙던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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