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월 한 달 동안 다이앤 리브스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끼고 살았다.
더울 때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좋았는데, 문제는 어느 때 들어도 좋은 음악이라는 점이다.
오늘부로 CD를 바꿔듣기로 했다. 쿠바 여성 뮤지션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인데
더울 때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좋았는데, 문제는 어느 때 들어도 좋은 음악이라는 점이다.
예전, 부엔나 비스타 쇼셜 클럽을 보았을 때,
아, 아, 아,
하다가 영화가 끝나버렸다. 이후 그 앨범을 들을 때면
아아- 아아- 아아-
하다가 앨범이 끝나고는 한다.
더울 때, 더 나아가 속에서 열불 날 때 듣는 음악으로는
무척 밝고 상쾌하고 빠르고 생생하고 발랄한 종류의 음악과
더욱 무겁고 음침하고 은은하고 취기가 있고 야릇하고 눅눅한 음악이 있다.
전자의 앨범으로는 국내 재즈 밴드 <푸딩>이나 레게 밴드 <윈디시티>가 좋을 것 같고
후자의 음악으로는 류이치 사카모토 시리즈나(후배 하나는 사카모토의 '에너지 플라워'를 듣다가 염세적이라고 평했다.), 베토벤, 개인적으로는 비탈리 샤콘느가 좋을 것 같다.
쿠바에서 산다는 것은 한국에서 산다는 것보다는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가도
더 풍부하기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모르겠다. 어제는 미술관에서 작은 재즈공연이 있었는데 재즈피아니스트 이영경씨와
트럼페터 ( .....까먹었다) 는 내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고 바이올린과 드럼과 베이스
연주자가 더 있었다. 그러니까 '퀸텟'이었다. 본래는 트리오라는데, 이날은 좀더 풍성한
음색 구성을 위해서 바이올리니스트와 트럼펫터를 특별히 초대 구성한 것 같다.
재즈의 연주는 언제나 곡을 시작하기전에 지네들끼리 이번에 뭐할까 웅성거리거나
이거 하자 이거, 라는 식으로 베이스가 둥둥거리며 사인을 보내거나, 드럼이 트르르르- 떨면서
동조해주는 그런 분위기, 곡 시작 직전의 긴장이 좋다. 개인적으로 프랑스나 유럽 재즈는
잘 안맞는 것 같은데, 프랑스에 가서 보거나 듣게 될 것이 잘 맞을지 살며시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최고 여성 재즈보컬 중 한 명인 나윤선의 경우 바로 정통 유럽재즈를 하는데
그 공연이 언제나 최소 '의정부예술회관'인 것을 보면(거의 예술회관급에서만 공연을 하는 것 같다), 프랑스에 가서도 내가 그런 공연을 관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마 길에서나 듣게 될 텐데
그런 게 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더울 때는 음악이 더 신경 쓰이는 것도 같다. 계절 중 어떤 음악을 들을 지에 가장 혼란을
겪는 계절은 (가장 섬세하게 고르고 따지는 때가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봄이고는 했다. 나는 당최
봄에는 무얼 들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그때는 그냥 교향곡이나 듣고는 한다.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블루문>을 갔었는데, 반바지 입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 당해서 그날 하루가 아주 기분 나빴다. 국내 재즈 바 중에서 가장 좋은 연주환경, 가장 안정된 사운드 시스템, 더 나아가 가장 고급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지녔다는 곳에 반 바지 입었다고 못 들어가게 될 줄은 꿈! 도 꾸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재즈바였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재즈를 가졌고 나는 안가졌으니까 담에 또 가야겠다. 긴바지를 입고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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