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현재 연애 생활에 대해서 실제로 TB와 나, 사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녀 주변에도 없고, 제 주변에도 없습니다.

아는 사람은, 그녀와, 나와, 희안하게도 melt와 melt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기는 합니다.

 

다음은 오늘 그녀에게서 온 편지입니다.

정확하게는 제가 보낸 편지의 답장입니다.

추측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연락이 없냐, 11시간을 기다려도 문자도, 답장도

없었는데, 교육 중도 아니었으므로, 충분히 연락 가능한 상태에서 연락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너는 세심하지가 않고 항상 당장 옆에 있는 무리에만 정성을 다한다, 나에게도

내가 가까이 있었을 때만 잘 대해준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는 식의 편지를 먼저 제가 보냈습니다.

 

 

 

모야~.

아침에 문자보구선 깜짝 놀라구.. 메일보구 더 놀랐네~

 

그리고 오빠도 역시 다른 남자들하고 다르지 않다는걸 알게되었구.

다른 남자들이 나한테 항상 말했었던 말들..

" 넌 항상 너의 주변사람들 우선이다."  "새로운 환경에 더 흥미를 느낀다"   " 새로운 사람들 때문에 나한테 소홀해진다."  " 그게 너라는걸 잘 알지만 섭섭하다"

오빠가 메일에 쓴 말들이랑 너무 비슷하지 않아?? 

오빠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았던 그 소홀하다는 말을 또 듣고 말았네..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깐.. 머리가 정말 멍해진다.

연수기간 동안 가장 많이 연락하고 시간만 나면 연락한 사람이 오빤데.. 내 남자친구도 아닌 오빤데...

어떻게 어제 하루만 생각하고선 그런말을 할 수 가 있어?? 정말 섭섭해.

 

어제도 계속 일정에 쫒기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입사식끝나고 만찬들어가기전에 바로 술을 먹이는 바람에.. 정신이 알딸딸했었구.. 정신없이 일정 끝나고  다시 반사람들 쫒아서 술집가고.. 물론 문자를 확인 할 생각만 있었다면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하고 답장을 했었을꺼야.

하지만 오빠도 잘 알자너... 내가 그렇게 까지 세심하지는 못하다는걸...

난 항상 그 자리에서는 충실하단 말이지. 다같이 모인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핸드폰 꺼내서 문자보내고 이럴 여유가.. 특히 어제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는 없다고.

 

오빠 문자는 집에 와서야 확인 할 수 있었구. 씻고나서 바로 전화를 할까 하다가 혹시 잘까 싶어서 문자보낸건데... 오빠가 물어본 말들에대한 답장은 전화로 해도 되는거자너. 꼭 당장 했어야 하는건 아니자너..

 

이렇게 말하면 오빠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 정말 사랑하는게 아니라서 그렇다고"

정말 머리가 복잡하다. 

오빠가 내 문자를 기다릴거라고 생각을 못한것도 아니고.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것도 아니고.

집에가면  통화를 하려고 했었고. 나도 오빠가 보고싶었는데...

몰라.. 모르겠어... 화나!!

 

 

이상이 TB의 답장이었습니다. 이 많은 말들 중에서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지요.

 

 "오빠가 내 문자를 기다릴거라고 생각을 못한것도 아니고.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

 

아주 아프네요. 나도 꼭 나중에 누군가에게(매우 얄미운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파요.

 

뭐, 다만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여러분들께는, 위의 TB가 어떻다든가, 식의 TB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부분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약간은 전형적인 케이스로, 한 사람은 당당하게 자기를 잘 유지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어쩔 줄 모르고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저는 그런 상황을(그녀를 사랑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건, 그녀가 정말 제게 빠져버리는 것인데, 그러기엔 그녀가 너무 똑똑하네요. ^^

 

저 역시,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가 문자 보내기 전에는 나도 보내지 않고, 전화하기 전에는 나도

하지 않고, 그러는 방법도 생각해 봤는데요. 그렇게 서로, 문자도, 전화도, 만남도 드물어진다면, 그것도 별 장애요인이 없는데도 그런다면, 그건 연인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욕구와 동기가 없는 관계일 테니까요.

 

또,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다른 남자들하고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녀님이나 초록비님이나 나비님이나 피데이님이나 달의 궁전님이나 또 짐작 가능한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상당히 남성을 안좋아합니다. 가장 안좋아하는 건, 전형적인 남성, 보수적인 남성, 남성적인 남성이구요.

 

또, 아실지 모르겠지만, 남과 같다,고 생각할 때 저는 자살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를테면 수 십억이나 되는 인구들 중, 대다수가 할 만한 행동과 할만한 말을 내가 한다고 느낄 때면, 굳이 그걸 내가 하지 않아도 저 수십억이나 되는 다른 누가 할 수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 그럴 거면 난 뭐하러 태어났냐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병적으로, 평범하다, 비슷하다, 노멀하다, 닮았다, 어중간하다, 무난하다는 말을 싫어합니다.

 

만약, 어느 순간 제 주변사람들이 저를 공통적으로 그렇게 평가한다면, 제 인생은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얼굴과 체격과 목소리를 가진, 다른 누가 저였더라도 상관이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 이유로, 그녀가 저를 '다른 남자들과 같다'고 생각하는게 고문이자 악몽입니다.

 

문제는, 그녀를 처음 알게 된지 불과 3개월이 되었고, 그 중 한 달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함께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불합리하며 바보 같지만, 빠른 시간내에 '나는 그들과 같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그녀는 아마도 한 번도 차이거나 배반 당해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예 차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차피 별로 사랑받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접자, 는 생각을 먼저 해버리는 거죠. 아마도 저는, 그저 그런 친목의 관계에는 관심이 없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순결한 혼자가 낫다는 스타일이니까요.

 

저는 어느덧, 정말 열렬히 기도를 한다고 해서 소원이 이뤄지거나,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없는 산타크로스가 찾아와 준다거나, 홀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해서 둘의 사랑이 이뤄진다고는 믿지 않으니까요. 불씨를 꺼버리는 종류의 카타르시스도 있기 마련이지요. 한 겨울 맨 몸에 냉수를 끼얹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오빠가 내 문자를 기다릴거라고 생각을 못한것도 아니고.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것도 아니고.]

 

이건, 어떤 심리일까요. 적어도 저는 겪어본 적이 없는 심리라서 당황스럽습니다.

제 견해에 따르면, 기다릴 줄 알면서도 문자를 보내지 않는건, 그래도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의

상황과, 아무렴 어때,의 귀찮아하는 상황으로 요약이 됩니다.

 

치명적인 건, '좋아하지 않는것도 아니고'라는 묘한 표현.

이게 솔직한 표현이라면 어쩌죠? 사실 TB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 대단히 쑥스러움을

타기 때문에 이 표현 역시 쑥스러워서 그냥 거칠게 말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무심결에 솔직한 표현이었다면 저는 다만,

'좋아하지 않지는 않는 사람'인 걸까요.

 

좋아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하다 못해 안쓰러운 사람도 아니고,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닌 사람이라니. ^^

 

사실 많은 것들이 단순한 것 같아요. 눈빛을 보면, 표정을 보면, 목소리를 들으면, 이 사람이

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알 수가 있죠. 그런 견지에 따르면 아마도 제가 짐작하는 것이

맞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저는 그런 제 판단이 너무 주관적이고 시기가 짧고, 성급한

것일 수있다는 점이 불안합니다. 그래서 요목조목 가급적 냉정하게, 나는 대체 어떤 상황에 처한 걸까를 생각하는데 답이 없습니다.

 

TB의 마음은 어떤 걸까요?

본인에게 솔직하게 묻기에는 겁이 나기도 하고, 솔직하게 요구한 편지의 답장이 위와 같은데....

 

평생에 세 번은 기회가 온다는데, 사랑에도 세 번의 기회가 오는 거라면, 저는 이번이 세 번째거든요. 내 사랑은 끝나가는 건가요.

 

 

 

ps. 짝사랑은 치가 떨립니다.

ps. 혹시라도 제 블로그를 몇 번 오신 적 없는 분들 중에, 뭐야,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한테 그러면 안되지 라는 식으로 생각이 떠오르는 분들은 조용히 떠나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주 조용히. 썩어버린 영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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