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참 어제 본 영화가 <친절한 금자씨>. 시작부터 끝날 즈음까지 꽤 식상하게 진행이 되어서
어라, 이거 이렇게 끝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즈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싱싱한 다른 한 막이
남아 있었다. 이를테면 집단 복수라는.
가만 보면, 꽤 엉성하게 정의로운 자들이 등장하는 무협소설이나 환타지 소설, 특히
<복수>를 빼고서는 성립하지 않는 무협소설의 경우, 수 백 년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는 얘기가 많은데, 그래, 꼭 어설프게 정의로운 캐릭터들이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라며 적을 용서하고는 한다.
나는, 이번 금자씨 영화에서 영화적 성과를 떠나서, 박찬욱이라는 감독이 복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결코 굽힐 마음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맘이 들떴다.
그렇지, 세상에는 누가 대신 해줘서는 안되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게 복수이고,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 )가지>라는 책에 복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다.
다만, 세상에는 원한은 좀체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은혜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밥맛이다. 둘 다. 확실히 챙겨서 결산해 버릇하는 습관을 유아 때부터 들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법이 있는 이상, 제대로 법적 처벌이 이뤄진다면, 굳이 본인이 사사로운 복수를 모두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법적 처벌에 차별이 있고 빈틈과 바람구멍이 있다는 걸 대부분
경험 할 수 있는 마당에 그럴 경우에는 역시 본인이 맛을 들일 일이다.
나의 경우, 대학 1학년 1학기, 여름 축제 때, 학과 주점을 하는 곳에서 한 학년 선배가
술에 취해서 담배꽁초를 내 얼굴에 장난으로 튕겼는데 그게 제대로 코에 맞아서
살짝 데인 적이 있다. 8년하고 2개월이 지났는데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혹은 복수를
하기 전까지는 아마 잊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경우, 어떤 친밀한척 하는 무리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 무리 내에서 무마하려는
시도를 자주 한다. 한 번은 내 여자동기가 자취 하는 방에 또 한 학년 윗 선배가 술에 취해서
문 열라고 소리치다가 화장실 창문을 통해 침입한 적이 있다. 침입에 그쳤지만 학과가 난리가
나서 최고 학번 선배가 전체 학생을 모아놓고, 또 그 사고 친 선배를 그 중앙에 세우고
사과하게 만들고 이 모두가 선배들의 책임이라면서 자기네들이 머리 박고 그런 적이 있다.
그냥 법적 처벌을 받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비슷한 사건들, 회사 내에서의 사건,
가족 내에서의 사건(이게 제일 지독한 것 같고), 학교 내에서의 사건 등이 그 무리 내에서
어떻게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싸바싸바 묻고 넘기려고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또 때로는 법적 처벌을 받더라도, 그 처벌 정도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성희롱 범죄자들의 신상공개를 가지고 놀란이 많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들의 신상공개를
TV를 통해 하루에 한 명씩 특집으로 소상하게 드러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강간과 같은 인생 전체와 정신과 육체에 영향을 미치는 초 고집적 범죄의 경우, 성기를
잘라서 얇게 슬라이스 햄처럼 썰어서 개에게 던져주는 것이 그럴 듯한 처벌이 아닌가 싶다.
정신적인 상처의 경우, 다만 수감 몇 년이라는 시간이 동일한 댓가를 치루게 한다고 볼 수 없다.
동일한 댓가. 미쳐버릴 정도의 고통을 주려면, 처벌 방법에 다양화가 필요하다.
흔히, 복수란 해도 후회라고 말들을 하는데, 그건 쫌 꺼림칙하게 복수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고, 내가 당했다는 이유로, 자식이 있는 아저씨를 헤꼬지 할 경우, 몇 가지 이유로 그 복수행위가 꺼림칙해진다. 그 자식이 사실을 알거나 알게 될까봐, 또 그 아저씨가 다시 복수를 획책할까봐. 그럴 경우에는 속시원히 아저씨와 자식을 모두 없애버리면
아마도 그런 식의 꺼림칙함은 없을 것 같다.
이건 좀 심한가?
아무튼 복수가 판치는 세상은 지옥 같기는 하겠지만, 할 땐 해야 된다는 생각도 포기할 수 없다.
올드보이에서의 유지태의 복수는 좀 너무한다 싶었지만, 금자씨의 복수는 별로 안너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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