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공대생들이 지구를 지배할 줄 알았다.
초등학교 때 컴퓨터 시간이 떠오른다. DOS 라는 걸 가르쳐 준 것 같았는데
한 줄 한 줄 따라서 입력 하면서도 뭔가 기본적인 이해,
지금 하고 있는 이것의 정체와 의미,
어째서 영어와 숫자를 막 이상하게 적어놓으면 프로그램이 되는 걸까?
당시에 이미 컴퓨터에 익숙하거나 혹은 그 요상한 행위에 흥미를 갖던 아이들은
나름대로 내가 지금까지도 이해 못하는 뭔가 어려운 그런 걸
컴퓨터 모니터 위에 그려내고는 했다.
당시에 나는, <머리통 배구 게임> 디스켙을 받아도 어떻게 해야 게임을 할 수 있는지 몰라
친구들에게 부탁하고는 했다.
더불어, 지금까지도, 영락없이 게임을 못한다.
흑백에 무겁고 이상한 기호들만 나열되던 컴퓨터, 그랬던 것이, 가속이 붙어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거세게 진화하여 마침내 컴퓨터 없이는 거의 모든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지경에 이르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나는, 정말로,
공대생들이 지구를 지배할 줄 알았다.
대학 4학년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문화>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면서
발표 도중 흥미를 돋우기 위해,
"나는 정말로 공대생들이 지구를 지배할 줄 알았습니다....."
라는 얘기를 사이에 섞기도 했다.
그때, 김신동 교수 왈,
"많은 학생들이 이 같은 오해를 합니다. 농촌 컴퓨터 교육을 정부차원에서 실행 중인데, 고문 형식으로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답답한 것이, 정부에서는 컴퓨터 교육을, 컴퓨터 조작에 치중해서 가르치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 외의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컴퓨터 교육= 컴퓨터 기술 교육]이라는 등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입니다. 할머님, 할아버님들에게 컴퓨터 켜고 작동하고 인터넷 검색하는 방법을 아무리 가르쳐주어봤자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이들에게는 농촌 관련 컨텐츠의 제작과 참여에 대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흔히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 하면, 눈부시게 발전 중인 기술력에 치중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컨텐츠 없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즉, 인터넷 등은 아무런 역할 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라고, 정작 발표한 것보다, 웃겨 보려고 한 얘기에 성의껏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아직까지도 공대생들이 지구를 지배할 기미는 없고,
오히려 취업난이니, 박봉이니, 3D니, 하는 말들이 도는 데다가
미팅 등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는 것이 공대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아, 그렇다면 지구촌, 세계화,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지구를 지배하려면
빠르게 고급 정보를 움켜쥐든가, 혹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정보(컨텐츠)를 창출해내든가 하면 될 것 같다.
아, 공대생들이 물러간 지구 정복의 야심에 대하여 충동이 인다.
일단 산쵸같은 충실한 부하부터 좀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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