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

 

너무 달다!

 

먹고 난 즉흥 감상을 어디 적어 놨는데 뭐라고 적어 놨더라...

 

음..

 

이거다.

 

 

[토할 것처럼 달고 기계적이며 싼 맛]

 

[70년대 공장식품의 맛]

 

 

 

때로는 과장되게 그 품질과 만족도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데

<크리스피>의 경우 대표적인 것 같다.

 

그저 내 생각이지만 크리스피의 경우

유명 도너츠 상표이면서도 던킨만큼 (한국에서는)대중화 되지 않았고

이를테면 아는 사람만 찾아가 즐기는 그런 브랜드인 데다가

마케팅 방법도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특별한, 감춰진, 아는 사람만 아는, 프리미엄의, 하는 등의 정서체험을

하도록 행해지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한 친구는, 별별 음식관련 사이트에 가입이 되어 있어서

서울만 오면 소문난 맛집들을 찾아다니고는 한다. 문제는 이때 자기 혼자서 찾아가보면

될 것을 늘, 나를 불러서 길 안내를 시킬 뿐더러(더구나 나보다 길도 더 잘 안다)

계산까지 내가 하도록 한다.

 

이 친구가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데다가 이쁘지만 않았으면 상대도 안하는 건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주고는 한다. 아무튼 나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데, 막상 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서 줄을 서야만 뭔가를 좀 먹을 수있는, 게다가

주문 방식도 까다롭고 복잡한,

게다가 서비스료가 부가되는,

그런 곳들을 몇 군데 들락날락거리면서

 

이 친구가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데다가 이쁘지만 않았으면 상대도 안하는 건데...

 

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래서 속히 이 친구가 얼굴에 염증이 생기던가

성대결절이 생기던가 아무튼 외모가 흉해져서 나를 불러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스피>는 이 친구에게 이끌려 하염없이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던 뜨거운 어느 여름날

부른 배를 붙잡고 어느 번화가를 걸어가던 중,

"앗! 저기 크리스피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알게 된 곳인데 그때는 배가 불러서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워낙에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고 선전(propaganda)을 해대는 바람에

마침 어제 신촌에서 TB를 기다리면서 혼자 크리스피에 가기로 했다.

 

 

공짜로 오리지널 도너츠를 하나씩 나눠주는 것 말고

머리가 쭈삣 설 정도로 달아서 무서운 것 말고

빵이 던킨보다 부드럽고 느낌이 보다 클래식하다는 것 말고

 

"우아! 진짜 맛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가득 차 넘쳤으며 소음도는 활주로를 방불케 했고(철로주변의 소음도를 넘어섬)

사람 손이 거의 안가는 공장에서 도넛 만드는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보였는데, 그런 자동화된 공정 모습이 빵이 아니라 제품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실제로 맛, 만을 따지자면 기대 이하였다.

 

세 개를 사서, 거저 준 오리저널 한 개와 또 한 개, 두 개를 먹고

나머지 두 개는 남겼다.

 

그 친구한테 밤에 문자를 보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미친 거냐고!

크리스피 먹었는데 뭐가 진짜 맛있냐고, 따졌더니

사실은 자기도 안먹어봤다고 꼬리를 내린다.

 

이런 식이다.

먹어 보지도 않고서 '우리는 안다'는 식으로 어떤 먹을 것을 자랑하거나 뽐내는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블라인딩 테스트를 해보면

맥주 맛도, 우유 맛도, 잘 구분이 안 된다.

내 나중에 꼭, 뭐가 맛있다, 뭐는 어디가 최고지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핏자 블라인딩 테스트, 스파게티 블라인딩 테스트, 냉면 블라인딩 테스트, 커피 블라인딩 테스트를 시켜보고야 말겠다.

 

커피 빈 카페라떼와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열심히 눈 가리고 맛 구별을 연습해보는 중인데

그것이 영~ 쉽지가 않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제 맛을 더욱 좋게 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구분 할 땐 구분 해줘야 한다. 어디가 어떤 점에서 어떻게 더 맛있고 그 차이를 진정 구분할 수 있는지. 맛의 차이를 구분 할 수는 없으면서 모양과 스타일의 차이만 보고 어느 게 더 맛있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은 명명백백, 천박해보이는 행위이다.

 

 

크리스피가 던킨보다 좋은 점은, 오리저널을 서비스로 모두에게 하나씩 준다는 것과

커피나 비싼 비버리지 외에 일반 팩우유나 음료 등을 팔아서(에비앙 물 등)

비교적 싸게 목을 축일 수 있다는 점.  

 

점원들은 친절했고

실내 인테리어는 꾸졌다.

 

새로움이 주는 충격과 환기를 빼고는 맛 자체는 미국 꼬마애들이나 좋아할 맛이었다.

츄파춥스와 동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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