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동서울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탔다.

강릉에 도착하니 밤 10시 20분.

정동진 가는 버스는 끊긴 지 오래 되었고, 가기는 가야겠고.

 

강릉에서 정동진까지 걸어서 3시간 50분.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둔 밤 국도를 내달리는 자동차들이 어찌나 무섭던지.

죽어 넘어진 뱀들과 새들과 또 형체를 알 수 없는 짐승들을 지나서

철조망 쳐진 바닷길을 따라 쌕쌕 걸으면서

 

정동진 도착한 건 새벽 2시 50분.

혹시나 해서 독립영화제가 열리는 정동진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역시나 영화상영은 모두 끝났고 화려하게 뒷풀이 하는 중.

우리는(나와 후배 한 명) 성냥팔이 소녀처럼 학교 창밖에 매달려

그들이 먹고 마시는 걸 보다가 누가 나올 때 저도 모르게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맥주 한 병에 컵라면 두 개를 먹고

새벽 4시 반 경 정동진 해숙욕장에 들어가서

이불 하나를 깔고 누워 잤다.

 

 

8월 6일

 

8시 경, 따듯한 바람 속에 기분 좋게 눈을 뜨자

이미 오가는 관광객들이 피식-거리며 웃는다.

챙겨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서

12시반까지 물놀이, 수영.

 

수영 하는 나를 멈춰세운 여자 셋, 그 중 한 명이 내게 줄을 건넨다.

튜브 위에 있는 게 자기 친군데, 나더러 그 튜브를 좀 끌어 달라고.

내가 물개도 아니고...

 

혹시 접근?

밥 사주면 끌어준다고 그랬더니 돈 없다고 그냥 가버렸다.

 

떡볶이와 핫도그로 점심을 먹고 다시 수영.

아까 그 세 명의 여자가 다시 접근해 옴.

친구가 반지를 물가에 빠뜨렸는데 찾아달라고.

찾아보긴 했는데 없어서 어떻게 된 걸까 실험을 하기로 함.

 

후배의 반지를 빼서 그 여자들이 반지를 빠뜨린 예상 지점에 떨어뜨림.

순식간에 파도와 그 속에 모래폭풍에 휘말려서 반지 위치를 순간 놓침.

허겁지겁 일대의 모래를 모두 막아서 뒤적거려 반지를 찾음.

결론- 당신들의 반지는 절대 못찾음.

 

후배는 책을 읽고 나는 살을 태우고 있는데 아까 그 여자 셋이 자꾸

우리 바로 앞의 물가에서 장난질.

내가 후배에게 "지금 쟤네들이 우리 꼬시는 거 아닐까?"

후배 왈, "맞는데 기운 없다. 쌩까."

나 왈, "그러게 고등학생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뭘 사줄 형편도 아니고 얻어먹을 형편도 아니고."

후배 왈, "내가 보기엔 중학생이구만." 

 

 

4시 경 해변에서 탈출, 샤워를 한 뒤,

패밀리 마트를 찾아가서(얼마나 반가웠던지 일반 가게들은 바가지라서...)

맥주 두 캔에 컵라면, 삼각김밥, 샌드위치를 사서(이틈에 후배는 참치 캔을 하나 훔침.)

먹고 기다림.

 

6시경 정동진 초등학교 도착. 이불 깔고 또 잠.

이때 찬바람이 불어 감기기운에 휩싸임.

덜덜 떨면서 이불을 말고 영화 시작을 기다림.

중간 중간 교무실로 숨어들어가서 커피 타 마심.

 

8시경 정동진 독립 영화제 2일 개막.

특별 섹션 관람.

 

쉬는 시간 <웃찾사> 어! 희안하네! 기긱스 팀 축하공연 관람.

 

제 2 섹션 관람

 

제 3 섹션 관람

 

정동진 독립 영화제 2일 행사 마감시간 새벽 1시 30분.

 

 

 

8월 7일

 

새벽 1시 33분.

체험 프로그램으로, 새끼 조개로 귀걸이만드는 분(artist)이 오셔서

귀걸이 한 쌍 만들어 달라고 부탁.

 

 

강릉까지 주취측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감.

강릉도착시간 새벽 2시.

 

버스 터미널 잠겨 있음.

 

꼬치파는 술집 찾아가서 소주 한 병에 가장 싼(6000원)안주 하나 시키고

두 시간을 버팀. 피곤과 졸림과 몸살.

 

새벽 4시경 터미널 앞 편의점에 가서 크래커와 초코렛을 사서 허기를 때움.

 

새벽 5시경 터미널 문이 열림. 표를 사고 첫차를 기다림.

 

새벽 6시 30분 동서울 행 버스 출발.

 

오전 9시 20분 서울 도착.

 

집에 가서 쓰러짐.

 

영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음. 말하지 않아도 독립영화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짐작할 것이고, 독립영화의 묘미를 잘 모르거나 심지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에게는

그 맛을 설명할 자신이 없음. 무엇보다... 피곤함.

 

 

잠 든 사이, 친구 하나가 요새 보고 싶은 연극이 뭐가 있냐는 문자가 와 있었음.

에쿠우스랑 관객모독이 보고싶다고 답장을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음.

 

 

To day.

팬티라인만 남겨놓고 새빨갛게 타서 따가움.

아주 따가움.

씨네 21 잡지를 보다가 속초 호러영화페스티발 초대권 발견.

 

--;;

 

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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