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함께 술마신 영화배우 겸, 디렉터 겸, 경영학과 학생인 친구가 내가 프랑스 간다는 말에 혹시라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며 보내 준 자료이다.
깐느에 가실 일이 있으실지도 믈겠스니다만... 좀 오래된 글이기도 합니다만... -------------------------------------- TTL』2002.06.13. 實踐的 깐느 映畵祭 旅行 가이드 북, 첫번째 이야기 여행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은 그러니까 인내심이다. 존재의 중심부까지 이르자면 넘어서야 할 현실의 문지방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있다. (중략) 그것은 여러 가지 덮개의 축적이며, 여러 가지 표현들과 외양들의 침전이다. 그것은 여러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세계, 따라서 그 세계의 탐구는 오랜 시간과 노력 속에서 일련의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인내심으로 존재의 수줍음을 줄여야 할 것이다. 장 삐엘 리샤르 “네르발의 신기한 지래책” 만일 내가 허구의 어떤 나라를 상상한다면, 나는 그 나라에 이름을 하나 지어주고 그것을 소설적 객체로 다루면서 새로운 가라바니로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가 환상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 실제의 어떤 나라와 타협하는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나는 또한 이 세계 어딘가에 있는 (저 멀리의) 몇몇 특질만을 골라, 이런 특질들을 가지고 하나의 체! 계를 정성스레 만들 수도 있다. 롤랑 바르뜨 “기호의 제국” 잘 알려진 농담 하나. 여자들이 남자들에게서 듣기 가장 따분하게 생각하는 이야기 세 가지 중에서 세 번째는 축구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군대 이야기이다. 그럼 첫 번째는?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이다. 나도 동감이다. 나는 축구를 정말 잘 못한다. 게다가 내가 있던 군 부대는 유난히 축구를 잘 못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 날 위문품을 걸고 옆의 중대와 가진 시합에서 우리는 ‘비극적’ 으로 졌다. 그리고 그날 밤 분이 풀리지 않은 고참들은 새벽에 우리를 창고 뒤에 집합시켜 일장 연설 뒤에 바로 매질에 들어갔다. 우리는 멀리서 들리는 크리스마스 교회 종소리를 들으면서, 담장 너머 펼쳐진 하얀 눈밭을 보면서, 일천구백팔십일년전에 우리를 위해 희생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떠올리면서, 그냥 맞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축구라는 말이 갖는 강박관념적인 울림은 항상 집단적 폭력이다. 여기는 지금 파리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축구를 아주 가끔 호텔에 놓여진 텔레비전을 통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본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서울의 월드! 컵의 흥분, 붉은 악마의 열띤 응원, 아마도 폴랜드를 이기는 순간 사람들이 가졌을 감동, 거의 모든 대중 스타들을 동원했을 것이 분명한 텔레비전의 클립들, 그리고 광고들, 나는 그런 것들과 아주 멀리 있다. 내가 축구를 떠올린 것은 생 미셀 근처의 질베르 조셉 책방 근처를 걸어가다가 주간지 텔레라마의 이번 주 표지를 보고서이다. 거기에는 월드컵 그림과 함께 한국인과 일본인의 그림을 그려놓고는 ‘한국과 일본, 형제이자 적’(분명히 한국이 앞에 적혀 있었다)이라는 제목을 뽑아 놓은 것을 보면서 “아, 참 지금 축구가 한참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내가 서울을 떠난 것은 지난 5월 14일 아침이었다. 이 여행은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지난 2월 김홍준선배(영화감독이자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이자 영상원 교수이자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하지만 내게는 만난 지 19년이 되가는 영화선배라는 사실이 더 소중한!)와 임권택감독의 동아일보 주최 일민상 수상에 참여하는 자리에서 건넨 한마디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 김홍준선배는 내게 “이번 <취화선>이 깐느영화제에 가면 거기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라고 말을 건넸고, 나는 “가고 싶기는 하죠. 하지만 너무 돈이 너?! ? 많이 들잖아요” 라고 대답했다. 사실 깐느는 돈이 많이 든다.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울에서 (그 어딘가를 경유해서) 니스 공항까지 왕복 비행기료만 160만원 선이다. 게다가 이때가 성수기라서 빨리 예약하지 않으면 약 10만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숙박이 문제가 된다. 깐느는 숙박비가 베니스 다음으로 비싼 영화제이다. 하루에 1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데, 보름이면 이것도 150만원이다. 그러니까 꼼짝없이 31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여기에 하루 세끼 밥은 먹어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프랑스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건 거의 자살행위이다. (그 허연 석회물. 이걸 돈을 아낀다고 그냥 마시면 삼일 째 되는 날부터는 변비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건 의학적인 소견이 아니라 경험담이니까 믿어도 된다. 이런 젠장!) 그러자 김홍준선배가 흔쾌히 대답했다. “비행기 문제를 해결하면 내가 재워 줄께” 정말? 그렇다면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아크레디따시옹 카드가 문제이다. 깐느영화제는 그냥 구경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분과 계급을 따져 묻는 영화제이다. 깐느에서 가장 편리한 카! 드는 기자 카드이고, 그 카드는 다시 네 개의 신분으로 나뉜다. (거의 프랑 스 왕정복고 시대의 부활?) 이건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방불케 한다. 우선 가장 좋은 카드는 흰 색이다. 이 카드를 가지면 모든 영화를 영화감독과 거의 동등하게 입장한다. 다른 카드를 가진 사람들은 이 카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입장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사람 중에는 이 카드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줄을 늘어서서 지켜보니, 흰색 카드를 든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며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이고, 게다가 영화제 측 사람들과도 눈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당신이 깐느에 천하없는 신청을 하더라도 이 카드를 기대하지 마라) 그 다음은 분홍색이다. 이건 주로 일간지를 중심으로 영향력 있는 매체들이 우선권을 가진다. 또는 깐느에 연속으로 5년 이상 온 기자들에게 주어진다. (한국에서 온 일간지 기자들이 대부분 이 카드를 받는다) 그 다음은 푸른색이다. 이들은 분홍색이 모두 입장하기를 기다린 다음 들어가야 한다. (한국에서 온 모든 영화 주간지와 월간지 기자들은 대부분 이 카드를 받는다. 아주 드물게 분홍카드를 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깐느 쪽에서 무언가 착오를 해서 쥔 운 좋은 경우라고 생각?! 玖? 된다) 마지막은 노란 색인데, 이 카드는 대부분 인터넷 매체가 해당된다. 그러나 이 네 종류의 카드는 마켓 시사를 보지는 못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켓 카드로는 기자 시사를 보지 못한다) 마켓 카드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인데, 이 경우도 액수에 따라 다시 나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마켓 카드를 사본 적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키노에 연락을 하니 이미 김용언기자가 가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 깐느가 모든 매체에게 신청하는 대로 신청서를 주지는 않는다. 어떻게 할까, 라고 고민을 했더니 씨네 21의 허문영 편집장이 기꺼이 추가 신청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씨네 21은 다른 주간지인 한겨레 21에 일간지 한겨레까지 있어서 신청 여유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별다른 문제는 없는 편이다. 그런데 사람은 욕심이 점점 커지는 법이다. 어차피 이렇게 떠나는 거라면 차라리 돌아오는 길에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파리를 들려서 (그래봐야 생각해보니 2년 전이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여기에는 월드컵으로부터 할 수만 있다면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는 내 생각! 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생각하면 그게 6월만 아니었으면 좀 더 빨리 돌아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붉은 악마들은 용서하시길. 당신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기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축구를 폄하 하거나, 빈정거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모든 사람에게는 모든 사람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다. 마치 영화 보기를 따분하게 여긴다고 해서 나는 당신을 공격할 그 어떤 의사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글은 영화애호가인 당신이 깐느 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실용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사실 스무 살 시절의 나는 너무나도 깐느 영화제가 가고 싶었다. 그때는 부산 영화제도 없었고, 더더구나 비디오도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그 당시 한국에 수입되는 외국영화는 일년에 서른 편을 넘지 않았다. 한 달이 아니다! 그것도 고작 할리우드 영화들이 고작이었다. 우리들은 문화원에 가서 철 지난 거장들의 영화를 보면서 갈증을 달래야만 했다. 나는 깐느에 가서 무엇보다도 동시대의 영화들이 보고 싶었다. 이성적으로는 그게 너무나 유치하고 촌스러운지를 뻔히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너무나도 가고 싶었다) 우선 먼저 ?! 뽀瞞? 할 것은 깐느 영화제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이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영화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아니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못한 영화들이 상을 받는 영화들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그 반대로 상을 받은 영화들이 그 해의 가장 훌륭한 영화들인 것도 아니다. 월드컵은 순수하게 가장 경기를 잘한 팀이 우승할 것이다. 그 팀을 누가 지원하거나, 그 나라의 국적이 어디이거나, 그 팀에서 얼마나 명망 있는 선수들이 활동하느냐는 우승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실들’(facts) 들일 뿐이다. 그러나 깐느에서는 그런 사실들이 갑자기 매우 중요해진다. 이 영화는 유럽에 배급될 것인가, 누가 만들었는가, 그가 만든 다른 영화는 무엇인가, 그 영화의 국적은 어디인가, 그런데 그 나라의 지금 정치적 상황은 무엇인가? 그런 모든 사실을 무시하고 상을 받는 영화들도 있지만, 그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서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 깐느 영화제는 항상 그 감독의 최고걸작 다음 영화에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다. 나는 거의 대부분 깐느 영화제의 수상 결과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작년 깐느는 난니 모레띠의 <아들의 방> 대신 ?! ?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황금종려상을 주어야 했다. 또는 재작 년 깐느는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 대신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를 선택해야 했다. 너무 긴 이 영화가(상영시간 3시간 47분) 심사위원들을 질리게 만든 것일까? 99년 심사위원장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선택은 동의한다. 다르덴형제의 <로제타>는 숨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계급투쟁의 영화이다. 하지만 98년 데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가 웬 말인가? (나는 그의 <율리시즈의 시선>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이건 진짜 아니다!) 그 해 황금종려상은 후 샤오시엔의 <해상화>가 받아야 했다. 아마도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의 시사를 아침에 보다가 졸았음에 틀림없다. 97년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체리 향기>와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가 공동수상한 것은 이마무라에 대한 무례한 처사이다. <우나기>는 대가의 세상에 대한 시선이 끌어안는 소품의 걸작이다. 키아로스타미의 공동수상은 (아마도 이 영화의 이란 내에서의 탄압을 염두에 둔) 정치적 배려이다. 2002년 깐느 영화제로 떠나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올해의 경쟁작 명단을 뽑아보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명단을 보고 실망했다. 이미 영화사 책! 에서나 나올 이름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깐느 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것은 거장들의 신작 소개가 아니라 지금 영화를 만드는 동세대의 공기이다. 그것은 나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상과 어떻게 만나는가? 영화는 동시대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나는 영화를 세상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세상 안에서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 남느냐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는 결국 세상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며, 기록이며, 흔적이며, 의미이며, 역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정말 거기에 가서 보아야 알 수 있다. 나는 여행 짐을 꾸리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무슨 책을 싸 가지고 가야 할 것인가였다. 종종 사람들은 여행에서 숙소에 들어오면 잠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천만의 말씀이다. 때로는 여행길에 비가 너무 와서 종일 방에 갇혀 있어야 할 날도 있다. 게다가 나는 스페인어나 포루투갈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그러니 숙소에서 텔레비전을 켜 봐야 그저 웅성거리는 소리와 화면만 쳐다?! 종? 할 것이다. 우선 가지고 가야 할 책을 선택할 때 절대로 무거운 책을 ? 쳬玖? 안된다. 그건 가방 안에다가 돌덩이를 넣어 가지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여차하면 버릴 생각도 해서 귀중한 책을 가져가면 안된다. 그래서 나는 발터 벤야민의 문고판 “파사젠베르크” 3권과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적 공간”, 그리고 장 프랑소와 리오따르의 “형상, 담론”을 챙겨 넣었다. 그 다음, 잊지 마실 것. 사전을 꼭 챙겨 가지고 가는 것은 유용한 습관이다. 때로 사전은 그 어떤 책보다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작은 사전을 사서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가지고 가는 편이 좋다. 여행 가이드북은 당신이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 추천을 한다고 해서 당신에게도 유용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책방에 나가서 모든 가이드북을 참고하실 것. 깐느를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행기를 타고 푸랑크푸르트, 취리히, 런던, 파리 이 네 군데 중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니스 공항까지 가는 것이다. 거기서 내리면 버스를 타고 깐느까지 가게 된다. 버스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제일 쉬운 방법은 여행사에 숙박지까지 부탁을 해서 한꺼번! 에 몰려가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인 가이드가 버스를 대절하여 나와서 기다리는 경우이다. (매년 깐느에는 500여명 가까운 기자들과 마켓 담당자들이 몰려간다) 이 경우 대부분 깐느 비치 레지당스(Cannes Beach Residence)라는 대형 콘도에 머물게 된다. (여기를 심지어 한국인들이 너무 많이 머물러서 서로 농담 삼아서 ‘한국 영화인 선수촌’ 이라고까지 부른다) 두 번째는 낮에 도착하면 버스를 타고 깐느까지 가는 것이다. 편도로 8유로 50센트인데, 한 40분 정도 걸린다. 깐느 시청 앞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깐느 영화제 광장까지는 걸어서 4분이다. (영화제 광장이 눈에 보인다) 문제는 밤에 도착할 때이다. 그때는 도리가 없다. 그냥 택시를 타야 한다. 이게 말썽이 많은 게 타 본 사람마다 깐느까지의 요금이 다르다는 것이다. 60유로를 냈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100유로 이상을 지불했다는 사람도 있다. (즉 적으면 7만원, 많으면 11만원!)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초행길에 요금이 미터기에 나오면 나오는 대로 주는 도리 밖에. 그러니 숙소를 애매하게 정했으면 도착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게 싫으면 파리의 샤를 드골 공! 항까지 간 다음 파리에 가서 다시 기차를 타고 깐느까지 고속철도 떼제베(T GV)를 타고 깐느 역까지 오는 것이다. 깐느 역은 깐느 영화제로부터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으니까 장점은 있다. 그러나 가격 면에서 아무런 장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파리에서 깐느까지 4시간 정도를 타고 와야 한다. 10시간 30분을 비행기를 타고 와서 다시 파리에 가서 기차를 탄다고 생각해보라. 그 뿐인가. 아마도 파리에서 하루 자게 되면 그 숙박비도 고스란히 부담이 된다. 파리에서 재워줄 사람이 있거나. 파리에서 기어이 할 일이 있거나, 시간이 남거나, 돈이 남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래야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당신이 파리에 머물게 아니라면 내 생각에는 그냥 깐느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편이 유리하다. 다만 숙소를 정하지 못했는데, 깐느에 밤에 떨어진다면 차라리 파리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일찍 깐느로 떠나서 오후에 도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깐느까지 (내 경험으로) 가장 싼 비행기는 네덜란드 항공이고, 가장 비싼 비행기는 대한항공이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니며, 대한항공이 밥을 더 잘 차려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네덜란드 항공은 비행기편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날짜를 맞추는 게 힘들다. 떠나지 전에 의! 상에 대해서. 깐느는 날씨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비가 내리다가도 갑자기 이렇게 맑을 수가라고 탄식할 만큼 개인다. 그런데 비가 내리면 무지하게 춥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을 떠올리실 것. 우리들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알아야 할 모든 지식을 사실 고등학교 때 모두 배운다) 얼마나 추우냐 하면 10월 말에 입는 긴 팔을 입지 않으면 덜덜 떨 정도이다. 그러다가 더우면 바로 반 팔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입고 벗기 편안한 옷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접는 우산을 항상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실 것. 비를 거리에서 맞고 있어도 아무도 당신을 위해 우산을 씌워주지 않는다. 게다가 재수 없으면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늘어서 있는데 비가 내릴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비가 내렸다) 한가지 더. 그럴 일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독과 함께 보는 공식 시사에 들어가려면 나비 넥타이와 턱시도를 해야만 한다. 안하면? 당신이 탐 크루즈가 아니라면 표가 백장이 있어도 못 들어간다. 이 표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혹시 운이 좋아 구했는데 턱시도가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실용적인 정보. 깐느역이 있는 SNCF로 간 다음 거기서 다리 위쪽으로 올라 가서 보면 사거리가 있다. 그 사거리에서 경찰서를 보고 마주 보이는 길로 조금만 가면 옆에 중국집이 있고 그 옆에 기념품 파는 집 이층에 턱시도를 대여해주는 집이 있다. (일층은 딸, 이층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이다) 편리한 점. 이 아저씨가 영어를 못하는 대신 당신이 궁금한 점을 열 개의 질문으로 영어 작문해 놓은 책받침을 내민다. (아주 쉬운 중학생 영어 *^^*) 당신은 그 문항을 보고 예스, 노만 대답하면 된다. 정 답답하면 아래 층 딸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된다. 불편한 점. 빌리는 가격이 무려 100 유로를 내라고 한다. 여유가 많으면 그냥 주면 되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면 흥정의 여지가 있다. 나는 이걸 거의 사정해서 75 유로에 빌렸다. 빌릴 때 반드시 500 유로를 담보금(deposit)으로 걸어야 한다. 그러면 다음날 반납할 때 그 영수증을 준다. 이 가게는 다음날 아침 9시 반에 문을 연다고 하는데 꼭 지키지 않는다. 그러니 이 옷을 빌린 다음 다음날 떠날 사람들은 반드시 염두에 둘 것. 나는 이 가게의 문 여는 시간 때문에 비행기 시간을 놓칠 뻔했다. 하나 더. 혹시 노트북을 들고 가시는 분들은 깐느에 도착하는 순간 뜨아한 표?! ㅐ? 지으실 것이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어댑터 구멍이 세 개이기 때문이다. 아예 꽂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오면 일단 어댑터를 사야만 한다. (이런 게 여행을 가면 갑자기 사람을 반쯤 죽인다) 어댑터를 구하실 곳. 깐느 기차역 맞은 편에 대형 수퍼마켓 모노프리(Monoprix)가 있다. 여기서 전기 가전제품 파는데 있는데, 여기서도 잘 보고 사야 한다. 영국은 또 다른 방식이어서 잘못하면 영국 노트북을 위한 어댑터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깐느에 오기 전에 가능하다면 숙소를 결정하고 오는 것이 좋다. 깐느 영화제의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면 숙박지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거기서 가격과 일정, 그리고 영화제 위치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감안해서 결정할 수도 있다. 만일 떠나는 순간까지 정하지 못하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깐느에 가서 깐느 영화제가 열리는 그랑 빨레(아무나에게 물어보면 다 안다) 바로 옆에 ‘여행자 안내소’ 가 있다. 거기서 문의하면 소개해주기도 한다. 둘째, 깐느 영화제의 아크레디따시옹을 발급해주는 곳에서도 장소를 안내해주기도 한다. 셋째, 이건 좀 뻔뻔하지만! 한국사람을 만나서 하루만 재워주면 그 사이에 잠잘 곳을 구하겠다고 사정 한다. 이 세 번째가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머무는 깐느 비치 레지당스는 콘도라서 방에 최소한 침대가 여섯 개 정도인데 대부분 그렇게 ‘꽉 채워서’ 머무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침대는 여섯 개인데 세면대와 화장실 변기는 하나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거기서 그냥 버티기는 쉽지 않다. 깐느 비치 레지당스는 깐느 영화제까지 매우 멀다. 차를 타고 15분 이상 걸리며, 걸어서는 (남자들의 빠른 걸음으로, 즉 내 걸음으로) 45분 전후로 걸린다. 찾아가는 길은 매우 쉽다. 그냥 해안선을 따라서 걸으면 되고, 게다가 안전하다. 해안선을 따라서 옆에 매점들이 줄을 이어 있는데 24번이라고 쓴 매점을 지나서 굴래방 다리를 지나간 다음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보인다. 그래서 이 콘도에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순환 셔틀을 운영하는데, 여기 머무는 손님들에 한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걸 구별하기 위해서 일일이 카드를 발급하는데, 이걸 받지 못하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생판 처음 가보는 곳에서 다른 교통수단을 알기란 쉽지 않다. 더 문제.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모?! ? 것을 당신이 참을 수 있어도 방 주인도 참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하여튼 당신이 잘 곳을 찾아야 한다! 여행길은 잠자리에 편해야 하며, 게다가 당신이 잠 잘 곳을 정하지 않고 오면 내내 불안해서 신경이 있는 대로 곤두설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카드를 받을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 신청은 깐느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한 달 전에 사이트를 들어가면 신청 양식이 있다. 종종 깐느에서 그냥 ‘무작정’ 왔다는 열혈 영화광들를 만나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다. 거기는 떼를 쓴다고 해서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며(즉, 이 말은 다른 대부분의 영화제는 가서 떼를 쓰면 척 보고 아시아 사람이면 대부분 편의를 제공한다. 아시아에서 여기까지 온 손님한테 무언가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좀 설명하기 힘든 ‘휴머니즘’(?)이 있다), 그렇다고 표를 팔지도 않는다. (팔기는 하는데 너무 적은 숫자이며, 그걸 한 장 사자고 아침 7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 줄을 선다고 해서 다 사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소문난 영화들은 일찌감치 매진된다) 그러니 만일 아무 카드도 얻지 못했다면 깐느는 안가는 편이 낫다.! TTL』2002.07.12. 實踐的 깐느 映畵祭 旅行 가이드 북, 두번 째 이야기 여차저차하고 저차여차해서 하여튼 깐느 영화제에 오면 당신이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아크레디따시옹 카드를 발급받는 곳이다. 크게 ''Accreditation''이라고 써 있는 건물을 찾으면 된다. 우선 당신이 해변을 바라보고 가장 큰 건물이 뤼미에르 극장이다. 이 곳은 공식상영극장이며, 그 오른쪽이 그랑 빨레 이다. 그리고 그 오른 쪽이 클로드 드뷔시 극장이다. 그 사이에 여행 가이드 센터가 있다. 드뷔시 극장 오른 쪽을 보면 거기에 아크레디따시옹 발급 사무실이 있다. 거기서 카드와 함께 가방을 줄 것이다. (머, 좋은 가방은 아니고 그냥 홑 비닐 천으로 된 가벼운 가방이다) 그 가방 안에 영화제 공식 캐털로그와 상영작들의 상영극장 일정표와 장소가 적힌 가이드가 들어 있다. 이걸 잃어버리면 다시 주지 않으니까 잘 보관해야 한다. 한가지 당부의 말씀. 깐느 영화제는 도둑들과 소매치기들의 천국이다. 아차 하면 가방 잃어버렸다는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지갑 도둑 맞은 사람은 아침 인사 뉴스이며, 심지어 프레스 센터에서 노트북으로 원고 쓰다가 커피 마시러 15초 자리 비웠다가 돌아오니! 이미 도둑 맞은 다음이라는 이야기는 단골 메뉴이다. 그러니 단 일분이라도 가방을 몸에서 떼어놓으면 그건 그 가방을 버리겠다고 결심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가방을 의자 아래 두었다가 잃어버렸다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게다가 가방을 뒤로 차거나, 아니면 뒤로 매는 가방을 하는 것은 지갑을 도둑맞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잃어버리고 나서 당신이 울고 있어도 옆의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위로하는 것뿐이다. (나는 잃어버린 가방을 다시 찾았다는 사람은 그 많은 사례 중에서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니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실 것. 가장 심한 사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잠깐 졸았는데 옆자리에 놓아둔 가방이 없어진 경우도 있다. 이런! 이제 그 카드와 가방을 받고 난 다음 막막하면 우선 깐느 영화제에 차려놓은 한국영화 진흥위원회 부츠를 찾아가서 무조건 물어보는 게 최고다. (물론 당신이 유창하게 불어를 한다면 그냥 다니면서 영화제 가이드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한다. 그리고 물어본다고 해서 이 가이드들이 항! 상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도 않는다.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 알려준다. 그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하려무나, 라는 태도는 프랑스 사람들의 당신에 대한 인격 존중 방식이다. 그 놀라운 앵디비뒤알리즘(個人尊重主義)이라니.) 부츠는 영화제 뒤편의 깐느 해변가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는 카드 없이는 들어갈 수 없으니 일단 카드를 받아야 한다. 별로 찾기 어렵지 않은데, 찾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단 그랑 빨레 안에 들어가서 지도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Pavillion 이라는 장소가 있다. 거기 근처만 가면 무조건 찾을 수 있다. 그게 자신이 없으면 일단 그랑 빨레 안으로 들어가서 마켓 부츠를 찾아가 그냥 헤매면 한국 부츠가 눈에 띄거나 한국인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물어 보라. (영진위 말에 의하면) 이 장소를 장기 임대했으니 이 글을 당신이 5년 후에 읽어도 이변이 없는 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사람들은 외국에서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도 그렇게 친절해질 수가 없다. 단일민족의 정서?) 게다가 여기에 가면 음료수와 물을 ‘공짜’ 로 마실 수 있다. (이게 뭐 중요하냐구? 하루에 80센트 정도 되는 물을 세 통씩 마시면서 매번 1 유로가 잔돈이 되기 시작하면 이게 만만치 않다는 사! 실을 불현듯 떠올릴 것이다) 프랑스는 이번에 유로가 되면서 처음 가보았는데(이제는 프랑스 프랑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게가 많다) 물가가 정말 살인적이다. 그래서 나만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프랑스 친구의 이야기인 즉 실제로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프랑스 프랑을 유로로 바꾸는 과정에서 (예를 들면) 10 프랑이 유로로 바뀌면서 영점 구십팔점 얼마 유로가 되면 그냥 모두 반올림해서 일 유로 하는 식이 되었으니 물가 전체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유로가 프랑스 프랑의 열 배 단위여서 이제 백 프랑이었던 것이 십 유로 전후가 되면서 사람들은 쉽게 손이 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전이면 비싸다고 생각한 것이 갑자기 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경기이다. 이건 깐느에서 막연하게 느끼던 것을 파리에 오니 거의 피부로 느낄 정도이다. (정말 이 년전에 왔을 때와는 천양지차이다. 그때는 겨울이었는데도 활기찼던 것에 비해 지금은 파리에서 가장 날씨가 좋다는 초여름인데도 사람들은 어둡게 느껴진다. 그저 하루 이틀이 아니라 벌써 이주일째 파리에 머무는 중이다) 깐느에서(건 ?! 캡?에서건) 기다란 막대 빵에 이거저거 집어넣은 빠니니라는 간단한 요기 ? 타?가 보통 3 유로에서 4 유로 사이이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10 유로(일만이천원 정도?)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쓰는 이유. 당신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아니라면 떠나기 전에 우선 가계부를 쓰고 떠나야 한다. 가능하면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고 현찰은 만일 위해서 항상 여유 있게 갖고 있는 것이 좋다. 한가지 더 참고로. 지금 파리에서 영화 값은 막 개봉한 화제의 신작들은 8유로 정도이고, 소위 아트 하우스에서 하는 ‘철 지난’ 영화들은 6 유로 전후이다. 그리고 지하철 표는 1.4 유로이고, 10장을 단위로 사는 까르네(carnet)는 7.5 유로이다. (이 정보는 지금 어떤 여행 가이드북에도 없다. 아직 유로 이후의 프랑스 여행 개정판이 한국 어느 출판사에서도 안 나왔기 때문이다) 버스는 1.2 유로이고, 거리에 따라서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깐느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깐느 영화제의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깐느에는 크게 네 가지 부문이 있다. 경쟁부분과 주목할만한 시선, 그리고 감독 주간과 비평가 주간이다. 중요도는 이 순서대로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깐느의 공식 부문은 경쟁부문과 ?! 寧舟恬맨? 시선이다. 감독 주간과 비평가 주간은 서로 프로그래머도 다르고, 상영하는 극장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그 중에서 비평가 주간은 거의 ‘찬 밥’ 이다. 여기 온 기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정말 시간이 남거나 너무 앉아 있어서 운동을 하고 싶다면 다녀오라고 말할 정도이다. 매일 하루 두 차례 정도 그랑 빨레에서 왼편에 자리 잡은 3,0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감독과 함께 공식 상영을 한다. 이건 표와 턱시도, 둘 다를 갖추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도 모두 여기서 한다. 아침에는 기자들을 위한 시사를 한다. 그리고 그랑 빨레 오른 쪽의 드뷔시 극장에서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의 공식 시사를 한다. 여기서는 표와 턱시도가 필요 없다. 카드의 등급에 따라 순서대로 들어가면 된다. 그랑 빨레 안에는 두 개의 별도 시사실이 있다. 3층에 살 드 바쟁(Salle de Bazin)이 있고, 5층에 살 드 부뉴엘(Salle de Bunuel)이 있다. 두 군데에서는 경쟁부문과 주목할만한 시선, 그리고 특별회고 상영작들을 기자들을 위해 시사한다. 살 드 부뉴엘에는 디지털 시사 시설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로 온 영화들은 여기서 상영한다. (올해 ! 깐느에는 디지털로 작업한 영화가 모두 네 편 경쟁 부문에 들어왔다. 마이? ? 윈터 바텀의 <24시간 파티 피플>과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10>, 알렉산더 소쿨로프의 <러시아의 방주>, 그리고 지아장커의 <임소요/알려지지 않은 쾌락>이 그 영화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디지털로 작업했다는 것이며,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 것은 그것을 다시 필름으로 옮긴 것이다. 이 영화들에 대해서는 일기의 다음 장에서 다시 이야기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분홍 카드가 우선이며, 파란 카드는 그들이 모두 입장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카드가 없으면 아무리 줄을 서 있어봐야 그냥 서 있다는 의의에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카드가 없으면 여기 그랑 빨레 자체에 입장이 안 된다) 이 두 군데 모두 좌석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빨리 줄을 서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삼아서 나도 한번 짤렸다! ㅠ.ㅠ 결국 키아로스타미의 <10>을 보기 위해서 나는 다음날 다시 그 앞에서 줄을 서야만 했다) 한가지 깐느 영화제에 제법 여러 번 다녀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점. 마지막 날, 그러니까 수상작 발표와 함께 폐막식이 있는 날 아침부터 경쟁부분 전 작품을 다시 한번 상영한다. 그 스케줄은 마지막 날 전날 발표되고 비교적 이 날은 별로 경쟁! 없이 볼 수 있다. 카드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러나 이미 많은 기자들과 마켓 담당자들이 깐느를 떠났기 때문에 오직 영화를 보는 것이 목표라면 차라리 후반에 가서 영화를 보고 앞부분에 놓친 영화들을 골라서 마지막 날에 몰아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서 놓친 주목할만한 시선과 감독주간 전 작품은 바로 파리로 올라오면 일주일 후에 모두 다시 상영한다. 이 시사는 카드가 필요 없으며, 대신 입장료를 내야 한다. 다만 염두에 두어야 할 점. 폐막식 날 경쟁부문 상영작과 파리에서의 두 부분의 시사는 영어 자막이 없다. 그러니까 불어 자막만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내 생각에 이 시사는 프랑스 기자들을 위한 것이지만, 일단 불어권 기자들에게도 열어 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경쟁부분과 주목할만한 시선을 버리고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의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입장은 훨씬 쉬어진다. 그러나 역시 카드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감독주간의 영화들은 깐느 해변가를 등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어마어마한 호텔들이 펼쳐진다. 여기에는 할리우드 영화사들과 국제적인 배급사들, 그리고 대! 형 스타들이 머문다고 한다. 그랑 빨레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으면 노가 힐튼이라는 호텔이 보인다. 이 호텔 지하에 자리한 상영관에서 감독 주간에 선정된 작품들을 한다. 여기서 상영하는 어떤 영화도 당신에게 턱시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는 깐느의 공식부문에서는 일체 하지 않는 감독과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가 관객들에게 “여러분은 여기 오실 때 턱시도가 없어도 감독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감독 주간은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라고 외치자 일제히 관객들이 발을 굴러 환호하는 것은 공식 부문의 영화들만 보다가 여기에 오는 순간 느껴지는 이상한 행복감이다. 일종의 깐느의 해방구? 비평가 주간은 다시 여기서 5분 정도를 (빠른 걸음으로) 더 걸어가면 보이는 마르티네즈라는 호텔에서 열린다. 이 두 개의 부문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거의 관심 바깥에 놓여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당신이 생각해 볼 만한 점. 깐느는 이 두 개의 부문이 갖는 상대적 소외감 때문에 신인감독의 데뷔작에 주어지는 황금 카메라상을 전 부문을 망라해서 그 해 깐느에 온 모든 데뷔작을 그 대상으로 하는데 주목할만한 시선보다는 감독 주간이나 비평가 주간에서 더 많은 ?! 恥瓚滂湧? 나온 것은 결코 이 두 개 부문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멀리 한국에서 간 기자들에게 여기까지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일단 물리적으로 너무 멀다! 이렇게 장황하게 깐느 영화제에 관한 가이드를 늘어놓는 이유. 그건 어찌되었건 당신께서 한번 ‘직접’ 다녀오시라는 권유에서이다. 한국영화는 깐느 영화제에 대한 신화를 넘어서야 한다. 이건 머리로는 되는데 마음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물론 깐느 영화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제이다. 이 영화제가 만들어낸 신화는 국제적인 네트웍을 갖고 있다. 여기서 상을 받으면 (미국 전체는 아니지만 미국의 아트 하우스 문화를 이끄는) 뉴욕에서도 영향력을 지닌다. 또는 유럽 전체의 아트 하우스에서 배급될 가능성을 갖는다. 게다가 여러 영화제에 초대되면서 영화와 감독을 알리고 그 나라에서 배급될 기회를 갖는다. 물론 영화 안에 담긴 문화와 그 토대가 된 (영화를 만든 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역의 역사(에 대한 그 나라)의 시선을 알려주는 채널의 하나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신화의 재생산과 그 구조라는 인과관계를 동시에 만! 들어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깐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아니다. 깐느는 자기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그 안에서 서방세계를 세계라는 이름으로 확대재생산한다. 이런 건 사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직접 가서 깐느 영화제를 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화제를 앞에 내세우고 그 뒤편에 펼쳐진 거대한 마켓을 보아야 한다. 이건 비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의 시장 바닥이다. 펄럭이는 여러 나라의 깃발들. 그건 경쟁부문에 들어야만 그 나라의 깃발을 펄럭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바로 아래에서 영화를 파는 장삿꾼들은 하늘을 향해 눈길 한번 돌리지 않는다. 그것도 수십억원이 오가는 깐느는 결국(!) 시장이다. 가장 아름다운 해변가에는 새로운 영화를 팔려는 장사꾼들의 부츠 수 백개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깐느에 조지 루카스가 <스타 워즈 2; 클론의 복수>의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설명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카데믹한 학술이나 새로운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여기가 유럽의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깐느는 앞에 예술을 내세우고 뒤에서는 결국 영화란 자본의 전쟁터이며, 그 안에서 팔리는 영화를 만들?! 杵? 살아 남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축제이다. 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진실은 영화라는 예술에 홀린 영혼들을 일깨워 줄 것이다. 저 약육강식의 잔인함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광과 매스컴들의 찬사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가면을 쓰고 웃고 있을 때, 그 안을 거닐면서 우리들이 경쟁부문이라고 알고 있는 그 주옥같은 영화들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함을 보아야 한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은 결국 사기인가? 그렇지 않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런 사기극을 위해 취재 경쟁을 벌이고, 그들의 ‘타협한’ 영화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는 것이 아니다. 경쟁부문의 스물 세 편의 자리에 오른 영화들은 바로 이 시장바닥에서 장사꾼들의 돈을 갖고 기어이 영화를 예술에로까지 끌어올린 자들의 명예의 전당인 것이다. 영화는 정말 예술이 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광학 기계장치이다. 사람들은 거기서 자꾸만 휘황찬란한 구경거리를 보고 싶어하고, 거기에 자꾸만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을 들고 장사꾼들이 끼어 들고, 매스컴은 떠들썩한 화제 거리를 요구한다. 그렇다. 그 안에서 예술가들은 피를 흘리며,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영화를 통해서 세상에 대해 그 어떤 의미 있는 형상과 윤? 岵? 만들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경쟁부문에 올라온 모든 영화를 존중한다. 거기서 몇몇은 물론 가짜이다. 또 몇몇은 동시대의 요구로 인해 과분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서둘러 매스컴들은 흥분할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제는 진정한 걸작을 놓치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그 집단적인 흥분. 게다가 몇몇 저널들과 영향력 있는 비평가들의 글이 우리를 홀린다. (모두들 매일 아침이면 저널들 뒤에 실린 별점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또는 하루에 최선을 다하면 일곱 편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앞에 본 영화들과 뒤에 본 영화들이 서로 뒤섞이기 시작한다. 거기에 체력의 한계가 더해진다. 잠이 부족하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면(이건 영화가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영화를 보는 사람의 무식함 때문일 때가 많다. 사실 아랍어권 영화들과 아프리카 영화들은 우리가 뒤따르기에는 아는 게 너무 없다. 또는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의 영화. 사실 우리는 미국과 유럽, 극동 아시아에서 한 걸음만 나가면 잘 모른다) 이제는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밀려오는 잠과 싸워야 한다. (영화제를 가 본 사?! 宕湧? 안다. 얼마나 많은 영화들을 잠과 싸우면서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을. 옛 어른들의 말씀. 자기와 싸움이 가장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 가짜에조차 이르지 못한다. 또는 자기의 동시대로부터 너무 멀리 나아가서 사실상 우리들과 아무 상관없는 영화를 만들고 혼자 좋아한다. 영화의 영원한 모순. 그 시장과 예술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모습을 당신은 깐느에서 보고 경험해야 한다. 당신은 깐느에 한번 다녀오고 나면 영화에 대해서 당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갖게 무장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영화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들을 경멸하지만, 동시에 영화를 오직 예술로 다루려는 견해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또는 영화를 시장의 틀 안에서 다루는 자들을 증오하지만, 영화를 문화의 취향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경계한다. 나는 정말 머리로는 그걸 말하면서도 깐느에서 그걸 눈으로 보고, 발로 생각하고, 머리로 부딪쳐보기 전에는 마음 한구석에 이상한 예술지상주의의 결벽증이 있었다. 나는 그 귀신을 깐느에서 쫓아냈다. 깐느가 자리한 코트 다 쥐르의 아름다운 해변?! ×? 심금을 울리는 저녁 석양이 질 때 나는 여기서 브레히트의 말을 떠올렸 다. 예술은 영화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영화는 예술을 필요로 한다. 추신; 이 글에 이어 깐느에서 본 영화들과 파리에서 본 영화들에 대한 일기를 공개할 생각이다. 물론 수상작들이야 잘 알고 계실 것이며, 만일 아직도 모르는 분들은 깐느 사이트나 씨네 21(http://cine21.hani.co.kr)에 접속해보시기 바란다. 한가지 더. 다시 한번 부탁드리지만 당신께서 내년에는 꼭 깐느 영화제에 가셔서 이 모든 것들을 체험하고 무장하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