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권태의 관점에서 우주의 역사를 다시 쓸 계획을 세웠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이고 멋진 계획인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그러나 나 역시 멋진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계획을 세운다.
"우주의 역사를 다시 쓸 계획" 같은 어마어마한 계획도 우리는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계획에 감동 받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포기될 계획임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권태의 관점에서 우주의 역사를 다시 쓸 계획을 세웠다."고 말한 이는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 그리고 그는 그 계획을 실천했다.
썼다. 그는.
<권태>, 1960년대에 쓰여진 소설.
열림원, 2005년, 이현경 옮김
이 책을 읽는 중이다.
누군가 터무니 없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거나 이루어 나가거나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해 나가는 걸 목격할 때면,
내가 왜소해지는 기분이다.
허둥지둥허둥지둥, 빨리 크고 담대한 계획을 세워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생긴다.
이런 건 어떨까.
"나는 태양빛이 여과되기 가장 좋은 완벽한 형태로 손톱을 다듬기로 했다."
가만있자... 내 손톱깎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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