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라는 사람의 닉네임이 자꾸 얼굴 어딘가에 걸려서 내 표정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

 

왜 닉네임을 나비라고 지었을까, 유치하게.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보면 애벌레가 나비가 되려고 지지리 궁상을 떠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듯이 나비는 벌레의 탈을 벗고 날아 오르는 것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기는 해도, 설마 그런 유치한 뜻으로 나비라고 지었을 리도 없고,

 

내 짐작이 셜록홈즈의 사랑스러운 강아지처럼 정확하다면,

 

그 사람은 그냥 지었을 거다. 내가 고양이 이름을 고구마로 할까 감자로 할까 하다가

 

그냥 감자로 지었던 것처럼.

 

"나는 남자다"를 짧게 줄여 말하면 "나 남자!"가 된다.

 

그렇듯이 사실 이 나비도 "나 비"가 아닐까.

 

(얘들아 안녕, 나는 비라고 해)를 줄인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방은 "나 방"이 될 테다.

(나는 방이야, 눕고 싶으면 누워)를 줄인 말이 되겠지.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이 나비는 나방과 친구이면서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날이 좀 덥고 해가 미울 때는 "나 비"가 되고

 

그러다가, 날이 좀 춥고 몸이 떨릴 때는 "나 방"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비'도 '방'도 누군가를 위한 역할을 주로 하기 때문에 자칫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억울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슷한 친구들을 많이 알아두면 좋다.

 

"나 문" (나는 문이야, 꼭 닫으면 한참 울어도 몰라)

 

"나 창" (나는 창이야, 바람이 필요하면 얘기해)

 

"나 돌" (나는 돌이야, 뭔가 깨고 싶어?)

 

"나 발" (나는 발이야, 냄새 안나, 정말이야)

 

"나 등" (나는 등이야, 만지면 따듯하고 밝아)

 

"나 김" (나는 김이야, 맛있어)

 

"나 초" (나는 초야, Not 낫초야, 손등에 촛농을 떨어뜨릴 때 써)

 

"나 껌" (나는 껌이야 쩍쩍거리는 게 장점이지)

 

"나 멜" (나는 메르야, 너희들은 모두 명사구나, 난'명사'가 아니지. 훗.)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천원과 나  (0) 2005.08.12
개미야, 너를 휘감아버리겠다  (0) 2005.08.12
이야아아아아아아!  (0) 2005.08.11
<웰컴 투 멕끄도끄나르도>를 새삼 떠올리는 것은  (0) 2005.08.11
어제는 이런 기분이었지  (0) 2005.08.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