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보통은 꿈을 깨자마자 기억이 생생하고 점차 기억이 녹아 없어지는데

이 꿈은 꿈 같지 않게 깨자마자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오늘은 꿈을 꾸지 않았네 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가

운동화를 꺼내 신을 때, 아, 꿈을 꾸었군, 하게 만드는 꿈이었다.

 

 

 

 

 

개미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인간에게 해가 되는 무척 사악한 개미들의 집이었다.

사람들(전문가들, 방송인들, 정치인들)은 개미집에 물을 붓고 불길을 들이 밀었다.

그리고 깊숙이 땅을 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미알들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알이 부화하기 전에 모두 죽여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슬며시 한 알을 주머니 속에 감춰

집으로 돌아왔다. 집의 어항에 알을 넣고 흙을 채워 기다렸다. 개미가 깨어났다.

이 새끼 개미가 무서운 성질을 지니기 전까지만 몰래 키우다가 많이 컸다 싶으면

그때 죽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3일 정도 지나서, 개미는 귀엽게 아장거렸는데, 잠시 바깥을 나갔다 오니 어항을 깨고

개미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불과 한 나절만에 아정거리던 개미가 순식간에 어른이 되고

F15와 같은 날카로움과 속력으로 문짝을 부수고 집에 있던 어머니와 동생을 죽여버린 뒤였다.

해가 질 때까지 나는 삽이며 식칼을 들고 한 쪽팔에는 냄비 뚜껑을 들고 개미와 싸웠다.

개미는 희끗희끗 할 정도로만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 다니며 위협적인 날갯짓 소리를

냈고, 사람 몸에 닿으면 그 부분을 물어 뜯어 버렸다. 크기는 거의 5Cm로 자라있었다.

 

나는 몇 군데가 물리고, 우리가 싸우는 도중에 들어 왔던 누군가(집주인이었을까)는

놀라서 악! 하고 입을 벌리는 순간 그 입안으로 개미가 날아 들어가서 내장을 온통 헤집어

죽여 버렸다. 그 틈에 나는 도망쳤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삽으로 쳐도, 칼로 두들겨도

그녀석은 더듬이 하나 부러지지 않았다.

 

마을에 알리고 급히 결사대가 조직되어서 건장한 남자 다섯 명 정도가(나를 포함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5대 1로 다시 싸우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쉽게 이길 수는 없었다. 다만

아주 조금씩 사람이 물리는 횟수보다 개미가 얻어 맞는 횟수가 많아지고 개미의 나는 속도가

점점 떨어졌다.

 

마침내, 개미를 붙잡아서 플라스틱 그물로 꽁꽁 묶어 둔 뒤에, 이 단단한 체질을(꿈 속 전문가에게 들은 얘기로는 이녀석들이 일단 성충이 되면 어지간핵서는 죽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아작내기 위해서 전기톱이며 불에 달군 인두를 사용하게 되었다. 전기 톱에 시동이 걸리고, 인두가

빨갛게 증오 섞인 열기를 내뱉는 동안 나는 기운 빠진 개미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1대 1로 싸우지 못해서 미안해.

 

 

 

 

이런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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