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띠노에게 준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웠지

 

볼펜은 단단하고 종이는 부드러웠어

 

형관등은 켜지거나 꺼졌지

 

집은 멀거나 가까웠고

 

우유는 상하거나 미지근했다

 

어릴 때는 좋았거나 싫었고

 

커서는 좋지도 않거나 싫지도 않았지

 

생각해 보면, 생각이 나거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당신은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았지

 

그립거나 그립지 않을 때

 

전화기는 울리거나 울리지 않았는데

 

울었거나 울지 않았을 내가

 

받았거나 받지 않았겠지

 

해가 뜨거나 지고 있을 때

 

옷을 입었거나 벗고 있던 나는

 

창문이 잘 열리거나 열리지 않아서

 

머뭇거리거나 단념해야만 했어

 

종이컵이 종이거나 혹은 컵이듯이

 

야쿠르트 아줌마가 오셨거나 오셨었던 것처럼

 

SM7이 자동차거나 3천5백만원인 것처럼

 

누군가 안고 싶었거나 안기고 싶었을 거야

 

남자이거나 남자가 아닌 나는

 

여자이거나 여자가 아닌 당신을

 

생각하거나 생각했었는데

 

왜 그랬던 건지

 

아는 게 나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웠을 때

 

변한 것도 같고 변하지 않은 것도 같은 동네에서

 

 

하고 들린 소리는

 

들었던 걸까 듣고 있는 걸까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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