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나는 창녀들을 욕하지 않는다
나는 돈을 받고 몸을 건네주는 그것을 못 견디므로
참을 성 깊은 그들을 뭐라 하지 않는다
오늘 한 선배가 술을 건네고
내 허벅지를 더듬었다
그리고 나서 선물로 받은 시집
알렌긴스버그의 아우성
이 인간을 한 대 후려칠까 하다가
참을성이 깊은 창녀들을 떠올렸다
담배 한 대 물고 밖으로 나와
이 시집을 어떻게 할까
이길 저길
창녀처럼 헤매 다니다가
첫눈을 맞았다
비실비실 병신처럼
요도염 환자처럼 다리 꼬며 내려오는
흰 눈
이 와중에도 창녀는 술병처럼 몸을 빨리고
빈 가슴에 다시 술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나팔꽃 줄기처럼 붉을 그네들
몸 줄기를 생각하다가
시집 모서리로 가슴을 쳤다
나는 아픈가, 아프지 않은가
저 아픈 차가 나를 받을 것인가
멈출 것인가
가늠하다가 뛴다!
보도블록 밑에 깊은 나팔꽃 우주로
- 친구 집을 뒤지다가, 발견한 동아리 문집, 내가 2002년도에 친구에게 선물한 것을 발견했다.
<첫눈> 같은 것을 제목으로 놔두면 좋은 것이, 매년 첫눈을 기억하듯이, 종종 기억이 난다는 것이다. 아, 옛날에 이런 걸 썼었는데.
- 그때 교수님이 맨 마지막 두 줄의 결말이 안이하다고 다시 다듬어 보라셨는데 4년이 다 되가도록 그대로 이다. 나는 정말이지 그냥 대충대충이다.
- 2002년이면 내 나이가 25세 였을 것 같다. 가보려던 사람들은 창녀촌을 이미 다 다녀왔을 나이에 나는 물론 한 번도 기웃거려보지 못했고, 꼭 가봐야지 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하고 말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대상을 물론 얼마든지 쓸 수야 있지만, 그래도 어딘지 편법 같은 느낌이 들고는 한다.
- 첫 번째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는 늘 논쟁의 연속이었는데, 나중에는 항상 감정싸움으로 바뀌었다. 창녀에 대해서도 나는, 그럴 수 있다, 피치 못할 선택이든 자의적 선택이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첫 번재 여자친구는,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인정할 수 없을 뿐더러, 피치 못할 선택이라는 건 단지 변명일 뿐이라고, 같은 여자로서 절대로 그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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