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떤 사람이야?
아, 그는 이런 사람이야.
...
누군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할 때, 쉽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호하게 표현할 수록 그렇고, 또 너무 보편적인 어휘로 표현해도 구별되지 않는다.
딱 꼬집어 그를 수식할만한 형용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한 일화를 얘기해 줄 수도 있다.
짤막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연히 드러내주는 한 일화.
4일 전에, 하나은행원이랑 술을 마시다가 선물로 수첩과 묵주 반지를 하나 받았다.
수첩이야 내가 사달라고 조른 것이지만, 반지는
이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내 팔목을 떡, 잡더니 끌어당겨서는 자기 손에 있던 것을 빼서 끼워주었다.
자기가 아끼는 수호반지라고, 프랑스에 가서 있는 동안 지켜줄 거라고.
별로 믿지는 않지만, 오오오 이 무슨 예상외의 콩떡이란 말인지.
금으로 된 얇고, 큐빅으로 치장된 십자가가 있는 묵주 반지를 끼고 샤워를 하면서
어느 손가락에 들어 맞는지 하나하나씩 끼워보았다.
그러다가 왼쪽 넷 째 손가락에 꼭, 힘겹게 들어갔다.
보기에도 그렇고, 착용감으로도 그렇고, 넷째 손가락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잘 빠지지가 않았다. 비누칠을 해서 겨우겨우, 뿌시뿌시 하면서 뼈조차 숨을 참고
조여서 겨우 반지를 뺏는데, 이것을 새끼 손가락에 옮겨 끼우기로 했다.
그 이유는, 혹시 프랑스에서 건달들 만나서 이들이 내 반지를 빼가려고 할 때
안빠져서 손가락을 자르는 일이 생길까봐 우려해서 이다.
그래서 쉽게 빠지도록 새끼 손가락에 끼우고 다닌다. 약간 불편하긴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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