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처음으로 학교를 방문했다.

 

사실은 두 번째지만, 첫 번째는 졸업한지 한 달 뒤였기 때문에 오랜만이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색하고 서먹하게, 혹시 아는 후배라도 만날까봐 포수를 겁내는 산꿩처럼 캠퍼스를 걸었다.

 

그러다가, 학생식당에서 우루루 몰려나오는 한 무리의 여자들을 보고서 그 중에

 

아, 저 애, 참 예쁘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아, 저 애,는 내가 학교 다니는 동안의 선호하던 여성취향과 닮아 있었다.

 

그때서야, 아,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내 여성취향은 변하지 않았구나, 하면서

 

회상과 애틋함을 맛보았다.

 

스무살 무렵에는 이런 여자가 좋았다가

 

스물 중반에는 또 다른 이런 여자가 좋았다가

 

서른 가까이 되어서는 또 다른 이런 여자가 좋다, 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는, 자신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걸까, 혹은 자신에게 무심한 걸까,

 

이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나는 거의 항상, 내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하는데

 

대체적으로는 변화한 자신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변화한 것들만 자주 보게 되어서 이렇게

 

변하지 않은 여성취향(외모에 따른),을 발견한 하루, 오후가 뿌듯하다. 

 

그래, 그래, 저런 여자들은 모두

 

내 스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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