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에는 참 술집을 많이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어서도 술집을 참 많이 다니게 될 것 같은 예감도 있지만.
젊을 적에는, 싸고, 맛있고, 양이 많은, 술과 안주가 제공되는 술집을 사랑한다.
물론 그보다는, 분위기나, 위치나, 음악과, 소파, 조명 등을 사랑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그냥 내가
술집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고는 한다.
그만큼, 성에 차는 술집을 찾기가 어렵다.
그 이유야 분명한데, 술집이 적당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테이블과 의자의 갯수부터, 손님 1인당 차지하게 되는 면적, 그들이 모였을 때의 소음치,
하루 매상과, 전기세, 가게세, 등등등.
늘, 그렇듯이, 이상만 가지고는 술집도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술집을 찾는 손님들은, 이상만큼의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시던지
혹은, 술집이 그렇지 뭐, 하면서 이상을 상당부분 낮춰줘야 하는 것이 매너다.
나는 예전에,
1인용 테이블만 가득한 술집을 상상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일행이 있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나는 요즘에,
로마 황제가 비스듬히 누워서 포도를 줏어먹고 술을 마시던 것 처럼
그렇게 비스듬하게 누워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술집을 상상한다.
우리들은, 이 술집에서 모두, 누워서 얘기하고 누워서 술을 마시고 누워서 꿈을 꾼다.
또, 얼마 전에는
나체로 술을 마시는 술집을 상상했으며
허리쯤 오는 다정한 물이 차 있는 인공호수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술집을 상상했으며
이벤트로, 쏟아지는 인공 비를 마시며 술을 마실 수도 있는 술집을 상상했다.
또한 뗏목과 쪽배를 빌려 타고 술을 마시는 것,
호수 한 가운데 조그만 인공 바가 있고,
손님들은 뗏목이나 쪽배를 타고 이곳에 와서 주문을 하고 음식과 술을 받아
달빛 내리쬐는 호수 위에서 술을 마시되 쓰레기는 물에 버리지 않는다.
이런, 술집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돈만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제제라든지, 거리나 위치상의 문제 같은 것들도 있어서
아마, 썩 장사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현대 직장인들은 각종 술자리, 술모임이 그토록 많으면서도
더 나은 환경을 그다지 바라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더 나은 환경을 바라는 만큼, 자신의 손실도(돈과 시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좋은 찻집들과 좋은 술집들은 하나씩 사라져간다.
남는 것은, 비싼 술집들과 덜 비싼 술집들과 싼 술집들이다.
오래간만에 춘천을 방문하면, 예전에 즐겨 찾던, 2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려서 찾아갔던,
찻집들과 술집들이 꼭, 몇 개씩 무너져 있다.
좋아하면서도, 늘, 오래간만에 찾아가는 내가 가장 큰 문제겠지.
이상은의 노래처럼, '안아주지 않으면 누구라도 부서져버리는 것을'
마음 속으로만 좋아하는 것은, 광마우스 궁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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