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어제, 친구랑 술마시다가, 단돈 300유로 가지고(싱클레아님이 100유로 줬지롱, 그래서 사실은 400유로) 물가 높기로 세계 두 번째라는 나라에 가서, 어떻게 얼마나 생활할 수 있겠느냐, 하다가, 그럴 듯한 생활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나도 모르게.

 

우선 파리를 일주일간 다니면서 센느강변에 심취해보고(노숙을 한다는 말이다)

그 후에, 양을 기르는 지방을 찾아가서 목동으로 일을 하는 거다.

프랑스에서도 그런 쪽 일은 젊은 일꾼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그러면, 양을 몰고 다니면서 해가 지고 별이 뜨면,

모닥불을 피워놓고는, 주인집 딸을 기다리는 거다.

 

그래, 마치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목동처럼.

 

그렇게 한동안 일하면서 프랑스어를 익히고, 그곳 문화와, 깨끗한 자연의 순수한 독기를

담아서 한 편 쓰는 거지.

 

Melt의 <별>

 

친구 말로는, 음흉한 눈빛의 목동이 나오는 소설을 쓰라지만, 시도 괜찮을 것 같고.

 

그러니까, 가끔은 현실 따위는 재껴두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일이 몸에 좋다고 본다면,

나는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로 시를 써보고 싶은 거다.

 

내 삶에 한 번쯤은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로 시를 써보고

이탈리아에 가서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불러보고

아이슬란드에 가서 아이슬란드 나무로 모닥불 정도는 피워보고 싶은 거다.

 

오오, 마치

찹쌀떡처럼 늘어지는 번지점프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뚝, 끊어지면

철퍼덕, 떨어져야지.

 

내가 없더라도 올해 수능 시험을 치르는 누구라도 자살하는 이가 없도록 다들 신경 좀 써주면 좋겠다.

 

이런 건 어때.

 

"대학 못 가도 프랑스는 갈 수 있다."

 

"프랑스에 가면 메르가 있다."

 

"메르가 있으니 재밌게 놀자."

 

"자살보다는 좀 더 긴 모험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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