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대체 컨셉이 뭐야?>라는 책을 읽으며 청계 8가부터 종로 3가까지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문득, 그렇다면 이 청계천의 컨셉은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많은 컨셉이 예상되어서 실제 청계천을 기획한 사람들의 컨셉이 무엇이었을지 아득하기만 했다.

 

그래, 누군가 내게, 청계천의 컨셉은 무엇인지 쓰시오 라고 종이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내 답안을 생각해 본다면 뭘까.

 

"이명박씨의 자기 이름 남기기" 라고 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귀찮아 져서 상류에 커다란 종이배를 접어서 띄우고 타고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 TV프로그램을 보니 정말 종이배를 접어서 띄우고 사람이 탈 수 있다던데 얼마나 좋을까, 혹은 수영 허가가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계천은 물도 깨끗한데... 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고 있었다.

 

그때, 바로 뒤에서 아주머니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물살 진짜 빠른데?"

"그렇다니깐, 정말 안마 되겠다니깐~"

"그러게, 정말 안마 되겠네~"

 

아, 뒤돌아보니 과연, 커다란 돌틈으로 마치 계곡인양 물살이 급격히 빨라지는 부분이 있었고,

아주머니들은 가던 길을 멈춘 채 그 모습을 보며 몸을 담그고 시원~하게 안마 받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런 게 컨셉이구나.

아주머니들의 니즈란 건 상당히 낯설고 코믹하며 의외고 그만큼 현실적이고 무섭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긍이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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