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며칠 전 일이었다. 간만에 지하철을 앉아서 가고 있는데 바로 맞은 편에 한 남자가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음악을 들으며, 다리를 쭉 뻗은 채 꼬은 자세로 전철을 타고 있었다. 입은 옷은 평범했지만, 길고 늘씬한 몸매와 긴 머리가 어울리는 생김새와 자세 때문에 마치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반면, 그를 바라보며, 멋지네, 라고 생각하며 주섬주섬 스케치를 하던 내 모습은 마치 친구라고는 바퀴벌레와 컵라면 화분 뿐이 없는 3류 만화가와도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때 내모습은 계절을 인지 못하는 슬리퍼에 반바지, 그리고 빨간색 옴파로스 반팔티와 공군점퍼였다.

 

아무튼 이때 나는 상당히 재밌었다, 그리고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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