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래간만에 휘경중학교를 찾아갔다.

제기동에서부터 걸어서 갔다.

휘경 중학교는 변한 게 거의 없었는데, 그 주변이 상당히 깨끗해지고 삭막해졌다. 인구도 늘어난 것 같고, 자동차도 그렇고.

 

휘경 중학교 옆에는 위생병원이 있는데, 내가 중학교 다닐 적에 할머니가 이곳에 입원하시고는 하셨다. 그래서 학교 끝나고 문병을 가고는 했는데, 나는 단지 할머니를 잠시 보기 위해 들렸을 뿐인데, 문병 와 있던 어른들이며, 입원한 다른 환자들이, 착하네, 라고 말해줘서 이상하고 낯설었다.

 

결국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이곳 위생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나이가 들어서 돌아가보았을 때, 작아보이지 않는 것이 있을까. 커다랗게 생각되던 장례식장은 작았고, 초라했고, 스산했다. 낮이어서 그런지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곳이 장례식장이 아니라 철지난 바닷가처럼 느껴졌다.

 

두 분의 성함이 적혀 있고, 그 아래 각각 상주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전부 빠짐 없이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나지가 않는다. 오늘은 축구 경기를 봐야 하고, 내일은 개그콘서트를 봐야 하는데, 오늘도 내일도, TV 시청이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지금 pC 방에 있는데, pC방은 정말 무덤 속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 한 구석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툭, 죽으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겠지. 나는 할머니 시신에 염을 할 때, 그러니까 삼배 옷을 입히고 몸을 돌돌 싸맬 때, 냉장 보관되어 있던 얼굴을 양손으로 만져보았다. 축축하고 매끄러웠다. 차갑게 냉장된 찐 고구마를 만지는 느낌.

 

어머니, 를 염할 때도 역시, 어머니의 얼굴을 만졌는데, 어렸을 때 할머니의 시신을 만지던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 두 분을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오늘 위생병원에서 보았던 돌아가신 두 분의 이름을 기억 못하듯이, 보았다, 고 여겼던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는 그냥 보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나보다 오래 살았던 할머니나 어머니는 그만큼, 더 많은 것들을 보았고, 또 그냥 보내버리셨을 것이다. 모든 걸 다 갖고 사는 것, 혹은 프리미엄 콜렉터가 되는 것, 그런 것도 멋있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잃어버릴 때가 좋다.

 

요새 꿈 속에 잃어버리고 싶은 무엇이 자꾸 나타난다.(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니다) 둘이 있을 경우,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도,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아, 나는.

 

개그콘서트와 축구 경기를 보지 못해서 상처를 받고 있을 것이다. 오늘 밤과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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