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 이케가야 유지, 이토이 시게사토, 은행나무, 2002
*
이케가야 박사는 ... 뇌 속의 '해마'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토이 선생은 ... 일간 이토이(www.1101.com)를 만든 사람입니다.
*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치매 증상으로서의 건망증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망증'과는 확실히 다른 것입니다...어린아이에 비해서 성인은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있습니다. 그 많은 지식 중에서 필요한 지식을 빼내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그리고 또 하나, 사실은 아이들도 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린이는 잊어버린 사실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건강한 사고방식입니다.
*
흰 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 사람을 가두어두고 음식만 주는 잔혹한 실험이었습니다...그렇게 하면 2-3일 째에는 변화가 생깁니다. 본래 우리의 뇌는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자극이 없으면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다시 말해 환각이나 환청이 생깁니다.
*
종교는 사람들이 관계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뇌의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일은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굳어버렸다"라는 말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요.
*
신경세포의 관계성을 '지도(地圖)'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 지도와 교통입니다. 지도만 있고, 정보가 없으면 안 됩니다...
*
이 탄수화물이야말로 뇌의 유일한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시험을 치기 전에는 돈가스를 먹는 것보다 밥이나 국수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주름이 많다는 의미는 같은 용적 안에 더 많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를 꺼내 주름을 펴보면 신문지 한 장 정도입니다. 그것이 두개골 속에 꾸깃꾸깃 접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반면 쥐는 주름이 없기 때문에 1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
생각에 골몰하다 마침내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사람들은 보통 '머리가 아프다, 피곤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케가야 박사는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뇌는 항상 힘이 넘칩니다. 절대 피곤해 하지 않습니다...평생 사용해도 뇌는 지치지 않습니다. 피곤하게 느낀다면 그것은 눈 때문입니다.
*
사실 꿈은 '기억의 재생'입니다. 프랑스 말을 못하는 제가 프랑스 말로 이야기를 하는 꿈을 꾸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꿈에는 '기억에 있는 것'만 나옵니다.
*
"xx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설명하기 쉬운 논리를 세우고, 사람에게는 반드시 확실한 동기가 있다는 가정 아래 납득시키기 좋은 전달 방법을 택하려고 들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무엇인가를 잃어버립니다.
*
실험용 쥐에게 똑같은 일을 아무런 목적도 없이 반복해서 시키면 쥐는 멍청해집니다. 같은 일의 반복은 우리 뇌를 망가뜨립니다.
*
진화론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종의 동물이 있었는데, 개성이 없는 그 종은 모두 같은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어떤 먹이를 다같이 먹곤 했다. 그런데 만약 그 먹이가 다름 아닌 독이었다면 그 종은 절멸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 다른 개성이 필요한 것이다."
*
사람은 평상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시야 속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
말랑말랑한 공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손가락을 떼면 다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오지요. 이것이 탄성입니다. 그러나 점토는 손가락으로 꼭 눌렀다가 떼면 그 모양이 바뀐 채로 있습니다. 이것을 가소성이라고 하지요. 우리의 뇌도 점토와 같습니다. 변한 것을 변한 그대로 두니까요. 그것이 바로 기억입니다.
*
만약 뱀이 무섭다는 기억이 있다면 그것을 그냥 지워버릴 수는 없을까요? 뱀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자극을 가해야 할까요?..네. 뱀이 무섭다는 회로를 남긴 채, 그 위에 무섭지 않다는 회로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 결론적으로 , 일단 기록한 것은 반드시 남게 되어 있습니다.
*
어린아이가 만든 의식적인 거짓말과는 달리, 저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 평상시 우리의 대화입니다. 뇌의 본질은 거짓말쟁이예요. 자기 자신도 속이니까요.
*
아마 1년 뒤에 이 그림을 다시 보여드려도 소로 보실 것입니다. 우리 뇌의 완고함이란 이런 거예요. 한번 분류해 버리면, 그 이외의 것으로는 보지 못합니다. 알게 된 불행이라고나 할까요.
*
스트레스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해마는 새로운 환경이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우리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하지요.
*
당신을 평생 사랑하겠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짓은 아니지만 지키지 못할 거란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
우리 뇌에는 의욕을 북돋아주는 부위가 있습니다. 측좌핵이라는 곳인데, 뇌 한가운데에 보면 좌우에 하나씩 있지요. 뇌를 사과라고 본다면 마치 사과 씨 크기 정도나 될까요. 이 부위의 신경세포가 움직이게 되면 의욕이 생깁니다...그런데 측좌핵의 신경세포는 안타깝게도 좀처럼 활동하질 않아요. 어느 정도 자극이 있을 때라야 활동을 하지요. 그러므로 의욕이 없을 때에도, 일단 시작부터 하고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사이에 측좌핵은 스스로 흥분하게 되고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
감기약을 먹으면 잠이 옵니다. 이것 역시 아세틸콜린의 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이지요... 약 상자 뒤에 있는 성분 표기란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디펜히드라민이나 스코폴라민 같은 성분이 대표적인데, 그걸 먹게 되면 잠이 옵니다.
*
적어도 6시간은 자야 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일 경우 우리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에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
우리 뇌는 실수를 한 방향으로는 두 번 다시 가지 않기 위해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는 오히려 뇌에게 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요.... 실패를 반복해야만 똑똑해집니다.
*
편도체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우는 생명에 위기가 닥쳤을 때입니다. 그래서 방이 조금 춥다거나 배가 조금 고픈 상태에서 뇌는 더 많이 활동합니다....감정과 연관이 있는 야한 생각을 하면 더 잘 외울 수 있어요.
*
뇌의 신경세포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결코 가까운 데서 짝을 찾지 않습니다.
*
잡다한 다른 일에 대한 가능성을 과감히 잘라버리면, 특정한 하나의 일을 기발하게 잘할 수 있어요. 그런 잠재능력은 모든 사람의 뇌 속에 있습니다.
*
스스로 리더라고 자각하는 순간부터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맞는 말씀입니다.
*
이른바 질투란, 우리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세계관을 지켜내기 위해서 발동하게 되는 일종의 자위 행위예요.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은 유서깊은 도서관이다 (0) | 2005.12.04 |
---|---|
가말쵸바 (0) | 2005.12.02 |
나는 웃는다, 고로 존재한다 (0) | 2005.11.26 |
착한 여자는 천국으로 나쁜 여자는 런던으로 (0) | 2005.11.18 |
잔혹한 계절 청춘- 다자이 오사무, 오에 겐자부로 외 지음 (0) | 200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