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찜

 

 

 

사실 나는 한 번도 잉어찜을 먹어보지 못했다.
길다란 나무 젓가락이 나오면 손에 쥐고서
가만히 비늘을 쓰다듬다 마는 것이었다.
잉어는 나에게 아무 말 않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되고 싶다. 네가 되고 싶다. 네가 되고 싶다.
하얀 밤의 수건이 내 눈을 촉촉이 덮으면
나는 물에서도, 도마 위에서도 안심이 되고
목 주위에 아가미가 서늘하고, 누구에게라도
내 살점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쓸모 없는 시냄비 속이라도
살점 분분히 흩어져 끓어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누군가 긴 나무젓가락으로
나를 고이 씹어 삼키고
세제를 풀어 흔적을 닦아 내었으면.

 

 

 

- 2002년 학교에서 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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