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고야 만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를 떠나던 날 입었던 철 지난 남방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가 떠나던 날에 부스럭거리던 내 표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로 인해 가슴 아프다던 착각도

후회하지 않는다

너로 인해 한없이 쪼잔해졌던 감수성도, 미래도, 전망도

후회하지 않는다

너를 자주 만나기 위해 포기했던 일자리와

할퀼까 바짝 잘라대던 손톱 속 쓰라림도

후회할 리가 없다

그저 친구 사이였다면 오래 보았을 것이라던 너의 판단을, 버리라고 한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는다던 말들을 후회한다

소월에서 이문세까지

하겐다즈 숖에서의 키스부터 이루지 못한 섹스까지

말 먹이통으로부터 갈매기 부리 위로 미끄러지던 햇살까지

이 모든 것을 후회한다

이것은 이래서 후회하고 저것은 저래서 후회한다

몹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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