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문정희의 <치마>에 답하여
-김재석
바지의 지퍼 밑에는
그 잘난 주책바가지가 살고 있다
물론 그곳은 우주의 중심인 배꼽에서
한 뼘 정도 되는 곳이다
보란 듯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주책바가지를 세상 곳곳에서
숭배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토론토의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몸이 잘린 주책바가지를 본 적이 있다
누구인가 아들 낳기를 바래
주책바가지를 잡어먹었는지 모른다
사우나에 가면 주책바가지들이 즐비하다
치마씨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이마에 장식을 한 주책바가지에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우리의 부러움을 사는 주책바가지의
코가 반드시 큰 것도 아니다
내가 아는 바람둥이 주책바가지는
번데기, 번데기였다
치마 밑 분화구를 달랠 수 있는 것은
주책바가지 뿐이라는 것을 아는가,
그것도 얌전한 주책바가지가 아니라
성난 주책바가지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