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서 만난 친구

 

 

                                           김 종

 

 

 

안과에서 친구를 만났다

안대를 한 그가 한쪽 눈으로 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서로가 세월이 흐른 만큼 눈이 닳아 있었다

 

시골 논둑길에서 풀벌레들의 날개 빛과

명주실 같은 울음소리 맑게 비치던 눈은

온데간데 없다

 

볼 것 못볼 것 다 보아버린

용량을 초과한 눈과 눈의 만남

 

그의 왼쪽 눈은 백내장이고

내 오른쪽 눈은 벌레가 날아다닌다

삶의 경고장 같은 아픔들을 지닌 채

이런 막다른 골목의 안과에서 만나다니

 

이제우리는 술잔도 마음대로 기울일 수 없다

꿈도 희망도 멀어져버린 지금

눈과 눈의 만남도

한없이 쓸쓸하다

 

 

 

 

※ 풀벌레들의 날개 빛과/명주실 같은 울음소리 맑게 비치던 눈

이 말은 무척 재미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실제로 나는 그런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내가 어렸을 적 동네 우리 친구들은

풀벌레의 날개 빛이나 울음소리에 눈 반짝거리는 일이 거의 없었고

잠자리의 날개를 잡아 뜯거나 꼬리에 실을 매달아 지쳐 죽게 만들고

평평한 돌위에 올려놓고 작은 돌로 빻아가며 놀고는 했을 뿐더러

행여 눈이 반짝거린다 치면 그것은 틀림없이

간만에 용돈을 좀 손에 쥐어보든가, 텔레비젼에서 재밌는 만화가 하든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음식이 넉넉치 않을 경우 형제가 그것을 나누어야 할 때

빛나던 시기와 짜증, 그리고 분노의 눈빛도 역시 빛을 발하였을 테지만.

 

그런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다보니, 풀벌레들의 날개 빛과/명주실 같은 울음소리 맑게 비치던 눈

그것이 나에게도 혹은 내 동생이나 친구들에게도 있었던 것처럼 여겨져서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분 드럽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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