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나케 점심을 먹고 왔다.
비즈니스 빌딩 숲 사이로 요기조기 늘어서있는 먹자 골목들은
일종의 샘터인 셈이다.
비즈니스 빌딩이라는 거대한 나무에서 분주히 뭔가를 하던 일개미들이
12시만 되면 목을 축이러 이 먹자골목으로 쏟아져내려온다.
나는 옛날부터 무수히 많은 개미들이 한데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계단이나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걸 보면서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어째서 치여죽는 이가 없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요즘에야 알게 되었다.
죽기 싫어서.
죽기 싫으니까.
그렇게 12시에 우르르 몰려 내려가 오징어볶음이나 순두부찌게를 떠먹으면서도
넘어지거나 밀려 쓰러지지 않고
또 웃어대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죽기 싫으니까.
오늘도 부장님께 밥을 얻어먹고
선배님 한 분에게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면서
선배의 말씀을 들었는데
"얻어먹기만 하지 마시고 쏘시죠!" 라는 말은 오늘의 금언(金言)이다.
그래서 내가 답하기를
"제 지갑에는 방아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