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도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고
목도리를 두른 태양이 빈정대길래
나는 그냥 그런 척 하는 거라고
밀쳐내고 걸었다
보시다시피 일은 안하고
딴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제는 브라질에서 강낭콩을 키우는 꿈을 꾸었다
그걸 뭐라고 그러더라
샬레? 샬렛? 중학교 물리시간에 비커, 스포이드, 알코올램프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던
실험 기구인데...
거기에 강낭콩을 키우던 생각이 났다
설마 요 젖은 솜 사이에서 파란 손가락을 귀신처럼 퍼뜩퍼뜩 뻗어대며
콩안의 뭔가가 자라날 줄은 몰랐다
물론 그때는 어렸고 그 후로
식어버린 밥솥안에서 곰팡이가 집을 짓는다거나
라면봉지 안에서 바퀴벌레가 자라나거나
산입에 거미줄 쳐지는 것까지 목격하게 된 지금은
그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게 되어버렸다
어제는 야근하다가 남은 밥 한 공기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는데
죄책감과 함께 묘한 쾌감을 느꼈다
누군가를 살해하는 듯한 기쁨이 느껴졌다
자신의 아이에게서 감동받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기 싫다
그나마 입양을 생각하는 직장인을 한 명 발견해서 살짝 두근두근했다
샬레? 샬렛? 거기다가 정자를 담아놓고서
바늘로 콕콕콕콕 찔러대는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