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 피아노

 

 

 

 

감에서 정자냄새가 난다

정자에서는 감 냄새가 난다

감 껍질을 벗기는데 음정이 맞지 않았다

내 심장은 편곡되어 가는 중이다

이제 먼

곳을 보지 못하는 두 눈동자가 달려나가

싱크대에 머리를 박는다

 

새벽에 구멍가게를 찾아갔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잔뜩 늙은 아주머니 한 분이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찾고 찾고 찾고 있었다

라면을 잔뜩 훔쳐 나온 나는

다시 들어가 부탄가스를 한 줄 훔쳐왔고

다시 들어가 감을 한 봉지 담아왔다

잔뜩 늙은 아주머니는 치매 걸린 양

바닥에서 자꾸만 뭔가를 찾았다

집에 돌아와 땀이 식기도 전에

달이 마르기도 전에

그게 내 엄마인 줄 알았다

 

잠에서 깨어 냉장고를 열었다

아버지가 사다 놓은 감이 있었다

꿍꽝꿍꽝 피아노가 울렸다

내 손에서는 감 냄새가 났다

니가 울면 피아노가 되는 거라고

개구리 연못의 피아노가 되는 거라고

말하는 감나무가 되었다

 

난 엉덩이를 훙훙 이파리처럼 떨었다

아침까지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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