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밤거리에 어머니

 

 

 

 

 

세상에는 그런 사고방식이 있다

나중에 버리더라도 일단 해두고 보자는

 

사진

같은 거, 나중에 별로더라도 찍어두고 보자는

 

아주 싫다, 그런 것

이라고 말했던 원국씨는 요즘

한참 히히덕거리고는 한다

 

아무리 뒤져도

죽어버린 어머니 사진이 나오지 않기 때문

 

버린 적도 없으나 모은 적도 없는 어머니

평소 무얼 좋아했고 무얼 사랑했고 무얼 그리워했고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스페인 냄새가 나는 날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동안 어머니가 다가왔다

잘 되니?

물으시기에 잘 안돼, 라고 답했다

 

커피 한 잔 마실래? 물었더니

아니, 라고 대답하시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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