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그레이
나방 몇 마리가 알을 토하다
말고 주섬주섬
블라우스를 빨 것 같은 시간
형광등이 몇 개 깨지고 별들은 뼈를 토한다
마당에 널린 빨래를 꿰뚫는
은(銀)색의 뼛조각
어떤 바보가 맨 처음 별을 다섯 개 꼭지가 솟은 표창으로 그렸을까
표창을 그리고 별이라 부르고
표창을 보고 별이라 읽는 세상에서 고생이 많다 깊은, 그레이
얕은 그레이는 어디로 갔지?
서당에. 토익 공부하러.
개는 마당에서 말 한 마디 없이 꼬리 흔든다
깊은 그레이는 담배를 썰어 동치미를 담근다
밤하늘에 맑은 국물과 하얀 담배조각이 날아다닌다
어느 계절이 가장
가장?
악몽이 덜하지?
… 겨울. 재수 좋으면.
때마침 겨울이 끝난다
다음에 올 계절은 뭐래?
추첨.
추첨?
그래. 행운을 빌게 깊은 그레이
나방이 울다 말고 빨래를 갠다
다리미를 찾아
깊은, 그레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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