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처럼 혹은 주전자처럼
햇빛 잘 드는
종로 커피 전문점 2층에서
찻잔에 각설탕 떨어뜨리듯
햇빛에 몸 담그고
한참 떨고 있던 별빛을 생각한다
찬바람이 시체처럼 뒹굴고 손끝이 오므라든다
별들도, 오므라드는 힘으로 빛을 내는지 모른다
사랑에 머리가 끓을 때면
주전자가 된 기분이었다
사랑을 따라내기 위해 나는 앓는 것이다
사랑이 다 끓었는데 마셔줄 사람이 없었다
사랑은 식으면서 쉰내를 낸다
사랑할 사람 나타나더라도, 어차피
설탕이나 프림, 크림, 계피, 초코렛 따위를 섞어 마실 것이다
주전자는
열기를 참으며 끓여낸 물에 이것저것 섞여 들어가는 것들이 싫다
섞이면 온도는 떨어진다
별들은 더 춥다
한껏 떨다 뚝! 떨어지는 별 하나를 보았을 때쯤
나는 다 풀어져 햇빛의 일부가 되었다
햇빛은 나를 잃고 나는 햇빛을 잃는다
별빛처럼 기다리던 때가
찬바람 속에서 놋주전자처럼 끓던 사내가
다시는 오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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