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꽃에 상처를 낸다

 

 

 

쌀을 잡고 그어도 종이가 잘린다

눈살만 찌푸려도 눈동자가 깨진 듯 파편(破片)이다

바람만 세게 불어도 시간은 더디고

먼지도 시계에 상처를 낸다

 

우리집 부엌에는 칼날이 세 개가 넘고

상실의 바다 속에는 야한 인어들이 한가득이다

이빨을 닦다가도 구역질이 나고

떡을 삼키다가도 딸꾹질이 난다

 

저 파란 하늘도 꽃에 상처를 낸다

당신이 주는 상처는 그래도 고맙다

 

 

 

 

 

 

* 시를 의식적으로 쓰면 이렇게 된다.

한 친구가 자신의 이기심으로 타인을 상처 주어도 되는지에 대해서 갈등하기에

당근 된다, 고 이왕에 줄 것 아주 확! 주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상처를 주어도 된다'는 기본 생각 아래서 의식즉으로 쓴 시가

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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