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차버린 사람이 있다

 

 

 

 

차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도

차버린 사람이 있다

좋아했던 사람만 떠올리는 건 아니다

가끔은 굴려 보낸 여자들을 생각한다

 

마음이 아름다웠던 이들을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했으나

그들이 정말 아름다웠더라면, 버려진 건 나였을 것이다

 

백정은 소를 기억 못해도 소는 백정을 기억하듯이

그러나 백정이 악몽을 꾸듯이

모깃소리만 들어도 울음이 날 때가 있다

 

내 심장에 문을 내고 나사못을 박고 들락날락했던 이들은

폐가(廢家)에 나풀거리는 문풍지처럼

벗겨지지 않는다

헐거운 신발을 차내듯이 벗어버린 여자들은

술집 바깥 저 멀리서 지그-지그- 발을 끈다

 

그러나 기왕 죽을 몸

베일 것처럼 아름다운 사람에게 졸려 죽고 싶은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가끔은 나도 사랑을 찬다

강아지도 차고 달빛 묻은 쓰레기통도 찬다

가슴 아픈 사람을 보고 히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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