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되면서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일회용 똥냄새를 맡는다

 

한 번 싸고 물내려 버리는 중에 다행히 똥냄새는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아주 거창한 냄새를 맡게 되는데

한 남자의 냄새가

한 순간 이곳이 수세식 화장실이 맞는가 싶게

만원 지하철 푸시맨에게 밀려 넘어진 상처가 한 달을 넘게 헤매듯이

끝끝내 바깥까지 따라나와 울게 만든다

 

때로, 사력을 다해

똥을 싸는 소리를 들을 때는 어쩐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가끔 똥냄새를 찬양하는 시나 글을 읽게 되는데

어지간히 오랜 세월 변비를 겪지 않고서는

나는 그런 감정이 생길 것 같지 않다

 

다만, 그 냄새 속에 담기는 의미들, 식사, 생활, 인내, 습관, 시간, 재물 등의 의미를 덧붙인다면

적어도 표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미화를 허용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지만, 똥냄새를 찬양하는 시나 글이 실린 책에

정말로 똥냄새가 나도록 장치를 한다면

 

누가 얼마나 그 똥냄새 찬양에 공감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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