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 시간만 있으면 태어난지 29광년이 된다.

- 삶은 빛의 속도다.

 

왜 태어났을까.

 

마케팅적 관점에서 보자면

무슨 목적으로 생산된 제품일까.

 

목적을 모르니 잘 산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집이 없고 차도 없지만-면허증도 없다

그런 '환경제품'을 구입할 때는

LEVEL과 OPTION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안다.

 

창틀은 뭘로 할 거고 냉장고, 세탁기는 뭘로 할 것이며

에어컨은 설치 할 것인지, 전축은 얼마짜리 출력으로

설치할 것인지 등...

 

맘에 드는 걸 구입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살아오면서 내 주변에 주어진 것들을

가만히 살펴 보면

태어나기 전에도 나는 가난했는가 보다.

 

내게 지구 카달로그가 있고 지불액이 넉넉했다면

한국에, 1978년에, 이 가정에, 이 도시에

태어나는 상품을 구입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을까.

 

적어도 내가 가진 돈을 털어 '나'를 사서 태어났다면

그 대부분은 '나'가 다른 사람보다 쉽게

진로를 바꿀 수 있는 한 척의 배와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돈으로

호화유람선의 1등실을 구입하는 대신에

형편 없더라도

키를 손에 쥘 수 있는 조각배 한 척을

구입 한 것 같다.

- 물이 차고, 순발력이 떨어지지만

 

태풍이 불면

대형 유람선보다 훨씬 쉽게 침몰하겠지만

다양한 고급 서비스- 부모로부터의 용돈이라든지

를 받을 순 없었지만

 

농사를 짓고 싶으면 농사를

  취업을 원하면 취업을

    노숙을 원하면 거지를

      결혼이 싫다면 독신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

 

         - 파이, 홀든, 소년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깊이 흔든다, 침전물이 살살살 올라온다

 

 

 

 

 

*

어제, 생일날 오후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종로에 한 BAR에 들려서 술을 2시간 30분 동안 마셨다.

 

이건 그때 쓴 것들이다.

 

왜 생일날 혼자 술을 마시냐, 고 묻는 멍청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생일이니까 왜 태어났는지 좀 생각해 보려고, 라는 덜떨어진 것을 준비해두었다.

 

본래, 솔직한 답으로는

그러고 싶었으니까, 인데

많은 사람들이 생일날 혼자 보내고 싶은 기분에 대해서 별로 공감을 하지 않는다.

내가 볼 땐 그게 이상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이상한 것으로 느끼게끔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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