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난을 구하러 가는 중에도 영웅은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꽤 마음이 여리군

 

 

 

 

 

서울역을 향하는 목요일 저녁 지하철 1호선에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냥 젊은 여자들도 많았다

 

눈길이 단연 한 여자에게로 향했다

장나라 같이 생겼는데 키는 더 크고 더 여성스럽고 몸매도 날씬했다

 

그런데 왠지 미안해서

내 왼쪽에 있는 여자 하나와 앞좌석에 있는 여자 둘, 오른쪽 눈길 가는 여자의 친구에게도

시선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눈길이란 건 또 묘해서

똑같이 시선을 분배하는 중에도

회색 필터가 쭈욱 끼어져 있는 망원경이 한 명 앞에서만 필터를 슉 벗겨낸 것처럼

시원스럽게 정보가 들어오고는 하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예쁜 여자에게 주욱 시선을 주고 있으면 다른 여성들도 내가 뭘 보는가 싶어

그 여자에게 시건을 줄테고 그러면 그 여자가 이쁘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왠지 미안해서

골고루 시선을 분산해서 이 여자 저 여자를 쳐다보았다

이런 건 원래 내 스타일이 아닌데

 

나도 꽤 마음이 여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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