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후레쉬 2
후레쉬를 켜라
네 삶이 켜지리라
라는 지하철 잡상인의 판매용 멘트를 생각하다가
밥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밥숟가락은 지붕 위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줍지 않았다
어느날 지하철
맨 마지막 칸에서 맨 마지막 칸까지
기어서 가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등반대장 엄홍길도
정복하지 못할 코스라고
내 삶의 후레쉬가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캄캄한 밤에
천장을 향해 켰다, 껐다, 켰다, 껐다
내게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내게 여자가 생기게 해주세요
내게 통증이 생기게 해주세요
내게 아파트가 생기게 해주세요
이 중에 틀린 답안은?
어머니가 공주였다면 나는 사생 대회의 왕자였겠지
이 중에 틀린 단어는?
깜빡, 깜빡, 깜빡, 이라는 말 속에는
밝은 게 '깜'일까, 밝은 게 '빡'일까
이 중에 틀린 빛깔은?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후레쉬로 꽃을 만들거나 후레쉬로 케이크를 만들거나 집 짓거나 후레쉬로 이를 쑤시는 정도의
센스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식당을 나왔다
아침인데도 한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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