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한참 동안 다리를 떨었다
어제 듣던 음악을 오늘도 들으면서 이건 어제 듣던 음악이지 오늘 듣는 음악은 아닌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를 싫어하진 않았으나 오늘을 싫어한 건 반쯤은 들어맞았다 갑갑하기도? 갑갑한 기도? 지하에서 나는 철, 지하철, 쿵크덕 쿵크덕, 혼자 노래를 부른다 나는 철, 지하 철, 쿵크덕 쿵크덕, 어디 가면 내 노래를 녹음해줄까
재즈를 들으면 늘 나는 이 음악이 참 좋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다보면 주변에 남는 친구가 없다 그러면 재즈를 듣지 말거나 재즈를 듣고도 말하지 말거나 최악의 경우 재즈를 좋아한다고 떠들어대는 인간들을 사귀어야 한다
형의 장모님이 다리를 함부로 떨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은 이후로 줄곧 다리를 떤다
무릎 위에 짐이 많은 날은 다리를 떨기 힘들다
만원 전철 안에서 눅눅한 담배 개피 처럼 서서히 구부러질 때도 다리를 떨기 힘들다
한참을 다리를 떨면 소장, 대장까지 울고 있는 게 느껴진다
CD가 툭툭툭툭, 튀더니 뚜껑이 돌각! 열렸다 이맘 때쯤 바깥에선 비가 내리고 있을 것인데 나는 이 비가 참 좋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다보면 주변에 남는 친구가 없다 그러면 비를 좋아하지 말거나 비를 좋아하면서도 말하지 말거나 최악의 경우 비를 좋아한다고 떠들어대는 인간들을 만나야 한다
밤에는 비들이 시끄럽게 떠드는데 그 중 한 방울은 언제나 내 방 창가에 와서 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