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징조

 

 

 

바닥에 쏟은 눈물을 훔치다가 오줌이 마려워졌다

화장실 변기 위에서 올해 첫 바퀴벌레를 보았다

바퀴벌레는 빤히

비 내리는 우주만큼 더러운 내 런닝셔츠 위로

가즈런히 둥그런 불주사자국을 바라보았다

 

너는 화장실 전구보다 빛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토실해~*

정도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까

 

신승훈은 왜 싸이와 폭탄주를 마셨다는 기사의 source가 되고 있을까

나는 왜 바퀴벌레의 말똥말똥한 동심이 되고 있을까

바퀴벌레를 빠뜨릴까

올해 첫 바퀴벌레를?

 

갈팡질팡하다 바퀴벌레는 변기 뒤편 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나는 팬티끈을 잡아당기며 돌아서다

바닥에 쏟은 눈물을 밟고 미끄러져

문 틈에 발목이 끼인채로 넘어져

쭉쭉, 가죽채찍 자국 같은 상처를 입으리라고

 

생각하니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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