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30일에 씀, 이땐 좀 한가했지

 

 



겨울, 시내 중심가에서 오후가 끝나갈 때쯤, 해가 내려설 때쯤, 버스며 지하철, 역사, 찻길과 인도, 음식점들이 무척 부산해진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 내려와서 모든 통로가 꾸역꾸역 메워진다. 때마침 해가 가라앉으면서 하늘이 어두워지고 묵직해진다. 그러면 꼭 하늘이 땅까지 천천히 내려오는 것 같다. 그리고 도시가 납작하게 어둠 속 미지의 에너지에 눌려지는 것 같다. 그러면 사람들의 갑작스런 부산함이 어떤 에너지에 떠밀린 마지못한 급박함 같고 불쌍해보이기도 한다. 물론 나 자신 또한.

비유를 하자면, 작은 유리 접시에 개미들을 가둬놓고 손바닥을 들고 천천히 그들을 눌러가면, 그들을 누를 즈음해서 개미들은 기겁을 해서 부산하게 허겁지겁 뛰어다닌다. 그런 느낌이다.

헐리우드의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도시 위로 거대한 우주선들이 뒤덮이면서 도시가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난리가 나는 그런 느낌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루종일 일한 이들에게 저녁의 귀가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시간일수도 있고, 서둘러 안정을 찾고자 하는 급박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 개개인의 심정이 어떻든 간에 그렇게 짖눌릴 듯 들이치는 사람들을 보고있으면 어쩐지 불행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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