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침을 사랑한다는 건 삶을 좀 편하게 해보겠다는 것인데

 

 

아침은 꼭 챙겨먹기로 방침을 정한 사람은

속이 더부룩한 아침에 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을 것이며

 

8시 이후로는 물 외에는 안마시기로 방침을 정한 사람은

8시 15분에 도착한 최고급 피자 앞에서 갈등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 뒤에 마침표를 찍지 않기로 한 사람은

블로그 화면 안 문장에 마침표를 찍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키가 165이하인 사람은 만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거나

몸무게가 55 이상인 사람은 만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거나

그런 사람은

소개팅 장소에 나타날 사람에 대한 불안을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자정 전에 집에 도착한 나는

피곤해서 씻기 조차 귀찮았는데

그래, 이토록 피곤하거늘 하루 정도 안 씻으면 어때,라는 생각과

아냐, 이빨은 가장 비싼 보석이랬어, 관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어, 피곤은 순간이야

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씻고 나니 브라질과 가나의 축구가 할 시간인데

이 4년에 한 번 보기 힘든 빅 게임, 흥미진진, 역사적 순간에

라이브로 동참하는 것의 가치와 두근거림으로 꼭 보려고 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물 먹은 솜이란 참 불쌍하구나 싶게 물 먹은 솜이 되어 늘어진 몸뚱아리의 피곤함

볼까, 말까, 볼까, 잘까,

 

 

 

내가 방침을 미리 세워놓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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