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2일에 쓴 글.
나는 늘 처음이다 나는 바람이다
지난 주 수요일에는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서 눈꼽도 그대로 입안 마른 침도 그대로인 채로 춘여고 앞으로 츄리닝 위에 점퍼를 말고 나갔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스무 살 이후로는 누구도 이해 할 수 없는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둘러싼 다양한 모습의 인류가 다양한 목적으로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날은 안개가 몹시 심한 날이었으며 수능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그러니까 이날 우리가 아직 잠을 자거나 2교시나 3교시
수업을 듣고 있을 때, 숙취에 머리가 지끈 거리는 중에, 10만 명 정도의 아이들이 수능시험을 보고 있었고 그중 얼마는 울고 있었다.
열띤 응원과 불평의 공존. 후배들과 선배들과 재수생들과 또 몇 수생들의 공존. 츄리닝과 구두와 운동화와 교복의 공존. 방석과 물병
전자사전의 공존. 어머니들과 또 아버지들과 또 이른 출근자들의 공존. 이런 공간, 인생의 크로스 지점에서 나는 가끔씩 바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크로스 지점에서 내가 멈추고, 나의 사고가 길과 방향과 또 얼마간의 미래를 점치는 모든 방식과 그 행위가, 다분히 구조적이다. 가끔은
짐승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으르렁 거리면서 복도를 기어다니고 싶다.
코팅 된 종이를 나눠주는 무리도 있었다. 무슨 재수학원에서
나왔나 싶었다. 나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초 중등학교 등교시간에 광고지며 연필을 나눠준 적이 있다. 사실 많이 창피했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교육의 현장이란 그렇지.) 아무튼 수능 시험 보는 날 재수학원에서 오다니 이게 무슨 뻔뻔스런 짓인가 싶었는데 재수학원이
아니었다. 증산도의 무리였다. 결국 인류에는 두 개의 종교만이 남게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기독교와 증산도. 못된 것만 배운다고
포교활동이 전략적이며 집중적이고 굶주린 것이 닮았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직상승 하는 바람이 되고싶다.
증산도의 코팅지에는 무슨
주문이 적혀 있었고 이것을 수 십 번 외우면 머리가 맑아지고 시험도 잘 보게 된다고 하였다. 학교 씨알의 터에 평일이면 언제나 나와서 전도활동을
하시는 한 아주머니를 알게 되었다. 나보고 늘 책을 읽고 있다고 머리가 복잡해진다고 책은 한 권이면 된다고(성경) 그렇게 늘 말씀하신다. 우리는
제법 친해져서 그분은 실실 웃으며 두고 보라고 언제가 되었든 학생이 기독교를 따르게 될 거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또 과연 그럴까요 하면서
실실거린다. 이분은 언제 한 번 식사를 사주신다고 했고 나는 비싼 것만 먹는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분은 걱정말라고 날짜나 잡자고 하신다.
광고홍보학과의 '손영석' 교수님의 수업을 대학 마지막 학기에 처음으로 듣는다. 중간고사 때는 이름이 헷갈려서 '손형섭'이라고 적어
내었다. 이분이 공모전 경험이 있느냐고 물으시기에 7번이나 냈는데 모두 떨어졌고 낙심 중이라고 하였다. 이분은 겨우 7번으로 낙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성공하는 비법을 전수해주셨다. 그것은 과거를 잊고 언제나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떨어진 7번을 담아두고 8번
째 도전하지 말 것이며, 언제나 처음이라고 처음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씀이었다. 그것이 또한 바람둥이들의 필승전법이라고.
우리는 5번
이상 채이면 시름에 잠겨 더이상 dash할 용기를 잃는다. 그러나 바람둥이들은 50번을 채인 뒤라도 모두 잊어버리고, 첫 번째 propose라고
생각하며 덤벼든다고 한다. 이런 단순 무식함이 부럽다. 그래서 일상의 우울이 몇 mg 더 짙어지는 것 같을 때, 부를 주문을 하나 만들었다.
마법사와 연금술사의 꿈으로 만들었다.
나는 늘 처음이다 나는 바람이다
어찌보면 바람둥이 플레이어의 주문과도 같다.
난처하군. 그러나 제법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같다. 나는 늘 수퍼맨이 비스듬히 날아갈 때보다는 수직으로 날아오를 때 기분이 서늘하였다. 그런
것을 중국에서는 용권풍이라고 한다던가. 나는 늘 처음이다 나는 바람이다. 올해는 1000명의 학생이 구속이 될 지언정 한 명의 자살하는 아이도
없었으면 좋겠다. 자살하지 말고 주문을 외워라. 아이들이 증산도나 성경이나 알라의 말씀 말고 자신을 스스로 살아가게 할 주문을 외우도록 올해
졸업하는 춘천교대 민들레는 꼭 좀 신경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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